피해자 측 “매국노” 거센 반발…토론회 파행
외교부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최로 12일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피해자 유족 등의 거센 항의 속에 파행됐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 대신 국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유족, 지원단체 관계자 등으로 시작 전부터 북적였다. 많은 참가자들이 ‘정부는 한·일 회담 내용과 청구권협정을 준수하라’는 내용 등의 현수막을 걸고 손팻말을 들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 위원장은 행사장 밖에서 “어떻게 이런 망국적인 토론회를 열 수 있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토론회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유족 및 지원단체 관계자들 항의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대통령이 요청을 했어도 일본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제 일본의 사죄와 기금 참여 같은 것에 대해서는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오늘 이 자리는 일본 측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피해자들을 설득하겠다라고 하는 국면 전환의 장”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청중 사이에서 “친일파” “매국노” 등 고성이 퍼졌다. 정부안을 수용하는 쪽에서는 “옳은 말”이라고 외쳤다. 최우균 법률사무소 자유 변호사가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을 때도 항의가 이어졌다. 소란이 계속되자 좌장을 맡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예정됐던 청중 질문을 취소하고 2시간을 넘긴 토론회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행사장 안팎에서 피해자 측은 정부가 형식적인 토론회를 명목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방안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외교부에) 발제문을 달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전날 오후 6시에야 주셨다”며 “(토론회) 절차가 한두 번 더 있어야 하고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시작 직전 피해자 측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기업들의 기부금만으로 판결금을 대신해 지급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인 해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 안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2015 한·일 합의’와 같은 외교참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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