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격능력 보유’ 일 안보전략 전폭 지지

양국 외교·국방 장관회의, ‘중국 견제’ 공조 강화

더 가까워지는 미국과 일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에서 세번째)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두번째)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왼쪽은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인근’ 오키나와에 미 기동부대 배치·방위조약 확대키로
13일 바이든·기시다 정상회담 ‘방위협력지침 개정’ 논의 주목

미국과 일본이 11일(현지시간) 중국의 공세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에 기동부대를 배치하고, 기존 방위조약을 우주까지 확대 적용하는 등 동맹 전열도 재정비했다. 미국은 ‘반격 능력’ 보유와 국방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일본의 새 국가안전보장전략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이날 워싱턴에서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최대 전략적 도전”이라며 역내 양자 및 다자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중국의 외교정책은 자국 이익을 위해 국제질서를 변경하려고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세계 어디에서든 무력을 통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양국은 군 태세 강화 차원에서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를 2025년까지 기동력을 갖춘 해병연안연대(MLR)로 개편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MLR은 해병대의 가장 진전된 형태”라며 억지력을 강화하고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해 일본을 방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에 첨단 정보·감시·정찰 및 대함 공격, 수송 역량을 갖춘 MLR을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육·해·공과 사이버 공간을 넘어 우주 공간까지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위성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우주에서 이뤄지는 공격은 그 성격에 따라 미·일 상호방위조약 5조의 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일 안보조약 5조에 규정된 미국의 일본 방위의무 대상은 육·해·공 영역과 사이버 공간에 적용됐는데, 이를 우주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미·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성명은 한·미·일이 협력 강화 과정에서 “다자, 삼자 간 훈련과 여타 활동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탄도미사일 방어, 대잠수함전, 해양 안보,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 등을 협력 분야로 꼽았다.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방위비를 증액하는 내용의 일본 새 국가안보전략에 대한 지지도 천명했다. 성명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 시도가 “동맹의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일본의 효과적인 ‘반격 능력’ 보유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일본의 전략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매우 일치한다”고 했고, 오스틴 장관도 일본의 반격 능력이 미·일 동맹을 강화한다며 강력히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미·일 2+2 회의는 13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 정상회담 사전 조율 성격을 띠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 능력 강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돼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을 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후속 논의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