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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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공사현장을 방문한 국토교통부 장관님.
이 말씀을 하시려고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개교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 명문초를 방문하셨겠지요.
그래서 명문초등학교(28학급·891명)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의 공사 기간을 시교육청에 문의하니, 통상 24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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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정률 보니 파업영향 미미…애초 공기계획 짧아 연기 불가피
12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공사현장을 방문한 국토교통부 장관님. 장관님의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장관님은 이날 부산과 경남 창원을 방문해 “무법지대에 있는 조폭이 노조라는 탈을 쓰고 설친다”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려고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개교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 명문초를 방문하셨겠지요. 소위 ‘무법 노조’의 패악질을 막자는 그 말씀의 배경으로 활용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다만. 명문초의 개교 지연은 화물연대 파업만이 이유가 아닙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화물연대·레미콘파업·태풍 힌남노 때문에 명문초의 개교가 늦어졌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죠. 노조를 초등학교 개교 지연의 이유로 콕 집어낸 시교육청의 담대함에 우선 놀랐습니다.
그리고 실제 명문초 공정률을 따져보니 파업이 공기에 미친 영향은 미미해서 또 놀랐습니다. 지난해 5, 6월 레미콘파업과 화물연대 파업(1차) 당시 한달간 명문초 공정률은 각각 1.91%, 2.44%였습니다.
그런데 파업이 끝난 이후인 7, 8월에도 월별 평균 공정률은 각각 2.07%와 2.44% 수준입니다. 오히려 화물연대 파업(2차, 지난해 11월 24~12월 9일)이 진행되던 지난달의 공정률은 7.91%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명문초 착공 시점(2021년 12월6일)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공정률이 40.88%였다는 점에서 이달 준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다만. 이렇게 말씀하실 수는 있습니다. 파업이 끝난다고 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고. 맞습니다. 그래서 명문초등학교(28학급·891명)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의 공사 기간을 시교육청에 문의하니, 통상 24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하십니다. 명문초는 착공이 2021년 9월이고, 애초 준공이 2023년 1월이었으니 일반적인 경우보다 8개월이나 짧은 공사기간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기 연장이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명문초 개교 지연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노조입니까? 시교육청입니까?
다만. 사회부 기자인 제가 장관님의 발언에 감히 초를 치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먼 부산까지 내려오셔서 친히 사용하신 단어가 ‘무법’ ‘조폭’ 등 장관의 입에서 나올 만한 품격 높은 단어가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조 악마화’와 ‘혐오의 만연화’를 장관이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몸소 보여주신 점은 아마 평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중순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명문초 개교가 연기된다는 언론 기사가 나왔지만, 최근 일부 보수언론 기사에 부리나케 부산으로 달려오신 그 결단력도 놀랍습니다.
시 교육청에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조만간 학생들이 발 디딜 그 명문초 건물에도, 낮은 운임을 메우기 위해 밤새워가며 운행하는 화물노동자들의 땀이 배어있다는 것을요.
최혁규 메가시티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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