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순수 예술로 꽃피우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창립자
베일에 싸인 천재 디자이너로 유명세
설치·조각·평면 회화 등 50여개 작품
롯데뮤지엄서 3월26일까지 국내 첫 선
벨벳과 메시·실리콘 등 다양한 소재 활용
물질과 신체 등 선명한 주제의식 드러나
16세기 화가 카라바조나 렘브란트 유화가 연상되는 유난히 깊고 검은 배경의 회화 작품은 실은 벨벳 천 위에 하얀색 오일 파스텔로 그린 그림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에서 설치, 조각, 영상, 퍼포먼스, 평면 회화 등 작품 약 50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 개인전이자,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그런 그는 2008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20주년 기념 쇼를 마지막으로 패션계를 은퇴했고 순수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패션계에 몸담을 때부터 이미 패션이란 신체를 미디어로 한 예술이라 여겼고,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 순수 예술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한다.
전시장에는 창의적인 디스플레이나 작품 배치 등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곳곳에 최첨단 유행을 이끈 세계적 디자이너 출신 작가 특유의 트렌디한 디테일이 꼼꼼하게 스며 있어서다.
가령 전시장 입구엔 흔히 놓여 있는 전시 내용 소개 리플릿 대신, 무료 자판기가 비치돼 있다. 버튼을 누르면 상자가 나오는데, 이 상자를 펼쳐보면 미로처럼 꾸며진 전시장 지도와 작품 배치도가 있다. 전시 관람을 시작하는 관람객이 느끼는 설렘을 한층 배가하는 장치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한 블라인드를 곳곳에 친 이유는 가벽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한 작품, 한 작품 마주할 때마다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하고자 하면서도, 유동적이고 모호한 경계를 만들려는 의도다.
사회의 관념과 기준, 신체를 강박하는 관념, 아름다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져 모호하고 유동적인 상황을 즐기라고 유도하는 작품들에 딱 맞는 가벽인 셈이다.
전시장 벽면에 전시 서문이나 작품 캡션을 일부러 구겨진 종이로 불완전하게 붙인 데에선, 일반적인 미술 전시장의 엄격하고 권위적인 공기를 바꿔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3월26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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