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개봉 ‘눈치 작전’

권이선 2023. 1. 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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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풍토병화) 분위기에 편승해 한껏 들떴던 국내 영화 시장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뿐 아니라 쏟아지는 할리우드 영화까지 피해야 한다"며 "할리우드 대작들보다 몇 주 개봉을 늦추며 출혈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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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대작들, 시기 놓고 저울질
묵혀뒀던 대작 4편 줄줄이 흥행 실패
할리우드 작품들 공개 앞둬 셈법 복잡
1월 18일 ‘유령’ ‘교섭’ 경쟁 뛰어들어
올해 공개작품 2022년보다 2~3배 늘 듯
손익분기점 넘기 위해 ‘신중 또 신중’

엔데믹(풍토병화) 분위기에 편승해 한껏 들떴던 국내 영화 시장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창고에 묵혀뒀던 대작 네 편을 한 번에 풀어냈으나 관객을 모으는 데 실패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것. 텐트폴 영화가 여전히 쌓여 있는 가운데 올해 기대작의 개봉 시기를 놓고 배급사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작이 줄줄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영화계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배급사마다 지난해에 비해 2∼3배가량 많은 영화를 올해 선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개봉 시기를 두고 여전히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특히 텐트폴 영화일수록 손익분기점이 높아 개봉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배급사 내부에선 라인업을 확정했더라도 변수가 많아 이를 공개하는 데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유령’(왼쪽), ‘교섭’.
올해 공개를 확정 지은 한국 영화 대작은 ‘한산: 용의 출현’의 후속편 ‘노량: 죽음의 바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피랍’,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에 이은 ‘범죄도시3’,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혜수·염정아가 주연한 ‘밀수’ 등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1000만 영화’ 두 편을 만든 김용화 감독의 ‘더 문’도 올해 개봉하는 기대작 중 하나다.

하지만 당장 이달 개봉하는 영화 정도만 스케줄이 나왔다. CJ ENM과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는 오는 18일 각각 ‘유령’과 ‘교섭’을 개봉한다.

‘유령’(감독 이해영)은 1933년 항일 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이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의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교섭’은 탈레반에 인질로 붙잡힌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임순례 감독이 2007년에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다. 이 두 작품은 ‘아바타: 물의 길’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과 새해 흥행 전쟁을 펼친다. 이 밖에 개봉 일정을 확정 지은 영화는 ‘카운트’(2월, 주연 진선균·성유빈), ‘대외비’(3월, 주연 조진웅·이성민)뿐이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기간 영화 티켓 가격이 급상승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영화 관람 행태가 변화하면서 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이 더욱 깐깐해진 탓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변동성이 심해진 만큼 개봉일을 섣불리 확정하기 어렵다”며 “‘관객 나눠먹기’가 됐던 지난 여름에 목도했듯 박스오피스는 줄었고, 관람객들은 영화를 선택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하는 추세다. 마지막까지 추이를 살피며 개봉 시기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는 사이 할리우드 영화는 ‘탑건: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등의 흥행에 힘입어 일찌감치 개봉을 확정 짓고 글로벌 마케팅에 돌입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하며,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 6월 ‘인디아나 존스5’,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7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신작 ‘오펜하이머’, ‘더 마블스’ 등 대작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아쿠아맨’(2018)의 속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12월 극장에 걸린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뿐 아니라 쏟아지는 할리우드 영화까지 피해야 한다”며 “할리우드 대작들보다 몇 주 개봉을 늦추며 출혈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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