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유죄→무죄...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반전 또 반전
20년만에 방송서 “살인공모” 자백
대법 “증거없고 진술뿐” 파기 환송
20년간 미제 상태로 있다가 조폭 출신 A씨가 자신이 공범이라고 주장하면서 본격 수사가 이뤄졌던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12일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고 상고심에서 다시 무죄로 바뀌며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건은 1999년 11월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당시 44세)가 제주시 주택가 도로변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 안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상태였다. 지갑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원한이나 살인 청부에 의한 계획범죄로 추정됐다. 경찰은 현상금까지 걸고 대대적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20년 만인 2019년 10월 A씨가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와 인터뷰에서 이 변호사 살인을 폭력 조직이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당시 A씨는 인터뷰에서 “(내가 속해 있던) 제주도 폭력 단체 두목 B씨가 이 변호사를 겁주고 다리를 찌르라고 사주했고, 부산 친구이자 별명이 갈매기인 C씨와 내가 공모했다”면서 “C씨가 이 변호사를 찔렀는데 일이 잘못돼 변호사가 숨졌다”고 했다.
이 사건은 살인죄 공소시효(15년)가 2014년 11월 만료돼야 했지만 A씨의 장기간 해외 체류로 시효가 정지돼 수사가 계속될 수 있었다. A씨는 2021년 6월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방송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A씨가 SBS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의 신빙성은 인정되지만 그의 진술 이외에 추가 증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2심에서 A씨는 징역 1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A씨는 공범 C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A씨는 C씨가 범행에 특별히 제작된 흉기를 이용하는 것과 범행으로 이 변호사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날 “A씨가 범행 지시자(B씨)와 실행자(C씨)를 모두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지목해 이들을 통한 A씨 진술의 신빙성 확인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면서 “범행 지시, 공모·준비, 범행 이후 대책 마련 과정, 공범의 도피 행적 등 A씨의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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