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기업이 돈 내는 강제동원 해법, 밀어붙여선 안 돼
정부가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일본 기업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공개토론회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해법을 공개했다. 정부는 그동안 진행한 민관협의회와 이날 토론회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만들어 일본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의 해법은 한마디로 미쓰비시중공업 등 강제동원 가해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법적 채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나 기업의 사과 문제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과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진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일본 기업의 배상참여, 일본 정부·기업의 사죄 등 피해자의 핵심 요구가 빠진 것이다. 정부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파행으로 끝났다. 이런 방안으로는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니 보상방안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이 정도로 넘어가자고 한다. 그러나 이런 해법에 일본은 동의할지 몰라도 징용 피해자와 한국민의 존엄은 지킬 수 없다. 외교는 대외협상 이상으로 국내 설득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을 서두르다 파국을 빚은 2015년 위안부 합의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된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일본과 관계개선을 서두르는 배경과 이유를 알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알아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잇따라 유화적 자세를 취하는 만큼 일본 정부가 굳이 과거사 해결에 성의를 보일 것 같지도 않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일본은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가해자는 발 뻗고 자는데’ 피해자가 저자세로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상황에 유감을 금하기 어렵다. 피해자와 한국민의 존엄을 지키는 방안이 아니라면 문제의 최종해결은 기대하기 힘들다. 좀 더 시간이 들더라도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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