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정문자 할머니 팔에 남겨진 ‘70여 년의 고통’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여든 번째 순서입니다.
정문자 할머니는 4·3 당시 무장대를 피해 달아나다 팔을 심하게 다쳐 장애를 입고 한평생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정문자/4·3 후유장애인 : "결혼해서 아버지만 일본 먼저 가니까 우리 어머니는 따라간 모양이에요. 내가 세 살 되던 해에 히로시마 공습인가 터졌다고 해요. 그러니 부부가 나를 가운데 앉혀두고 두꺼운 이불을 쓰고 앉았는데 총으로 막 쏘니까 이불에 불이 붙고, 아버지가 맞은 총알을 우리 어머니가 두 번 맞았어요. 아버지가 막 죽어가면서 저 딸을 잘 키워다오 (했데요.) 어머니도 죽어가면서 누가 병원에 실어간 줄도 모르게 나중에 병원에 가 있더라고 했어요. 어머니가 좀 치료가 되니까 한국을 가야 하겠다. 나를 업고 한국을 오니까 내가 네 살이 지나고 다섯 살이."]
[정문자/4·3 후유장애인 : "집도 절도 아무것도 없이 일본에서 빈 주먹에 오니까 (어머니) 언니네 집에 가서 살려니 미안했는지 할머니가 표선면 토산에 사니까, 우리 어머니한테는 시어머니죠 (거기에)나를 맡겼어요. 할머니는 4·3 나기 직전에 병이 들었어요. 남의 외양간에 가서 아파 누운 것만 봤어요. 맨날 갔다 왔다 하다 보니까 할머니가 죽었다고 죽은 할머니 위에 엎드려서 "할머니, 할머니"하니 거기 있던 사람들은 죽은 할머니 위에 아기가 엎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정문자/4·3 후유장애인 : "(무장대가) 밤에 오니까 숨으러 도망치는 거죠 해안 쪽으로. 가시리, 토산리 윗동네니까 매일 무장대가 왔다고 해요. 하루는 뛰다가 팍 쓰러지니까 팔목이 이렇게 탁 꺾어지니 얼마나 아프겠어요.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막 우니까 큰어머니가 여기 앉아 있으면 죽는다 하면서 막 끌면서 당기면서 (갔죠.) (은신처에)숨으러 간 사람들이 내가 막 우니까 "이 아이 때문에 우리가 죽게 된다"고 "이 아이가 울어버리면 사람들 와서 우리 숨었다고 죽여버린다"고 막 고함지르니까 우리 큰어머니는 울지 말라고는 못하고 입을 이렇게 막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문자/4·3 후유장애인 : "팔이 꺾어지니까 아프지만 누가 어떻게 아프냐고 잡아준 사람도 없고 묶어주는 사람도 없고. 자기 살기 바빠서 자기 아기 업고 가다 떨어져 죽어도 내버렸어요. 4·3 때는. 약도 없고 병원도 없고 그냥 내버리니까 이렇게 (팔이)오그라진 채 살았어요. 7살 되니까 어머니가 날 데리러 왔어요. 7살 되니까 어머니하고 만나서 살았어요. 나는 국민학교 근처도 못 가보고 오로지 아이들, 가난만 물려주지 말자. 어떤 고난이 있고 무섭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살아야겠다."]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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