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7/김주하의 '그런데'] '엉터리 배당' 하루 14건이라니…

'대한민국 사법부가 한 소년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여기 서 있습니다.'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둔갑해버린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2000년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에서 벌어진 택시 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죠. 범인으로 몰린 15세 소년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0년간 수감됐고 진범이 잡히고 나서야 재심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아동 학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은 보육교사는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판사에게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1심 재판부터 다시 받으라'고요.

천안에서 주차장에 불을 내 차량 수백대를 손상시킨 B씨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원심 선고가 파기돼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시작해야 합니다.

다 법원의 '재판 배당 착오'라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단독 판사가 맡아야 할 사건을 합의부에서 맡았다는 건데 사건배당은 사무직원, 수석부장판사, 사건 담당 판사 등 최소 3차례의 검증을 거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법원의 '배당 착오'는 1만 5천850여 건으로 하루 14건꼴이나 됩니다. 가장 많은 곳이 서울중앙지법이었죠.

더 화가 나는 건 법원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그저 판사가 착각했기 때문이란 말로 어물쩍 넘겨버리기 일쑤고 사실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도 법원이나 판사를 고소하거나 책임을 따져 묻기 쉽지 않습니다. 자칫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가슴 졸여야 하니까요.

다반사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듯 늘 있는 일이란 말인데 한 사람의 삶과 생계와 일상이 달린 재판을 엉터리로 배당하는 일이 대한민국 법원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심지어 바로잡을 생각도 없는 듯하니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횡포' 아닐까요.

국가공무원인 판사도 잘못된 공무수행에는 엄정한 책임추궁과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그게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꼬박꼬박 혈세를 내는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 아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엉터리 배당' 하루 14건이라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