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자리까지 턱하니 차지...백화점들 요즘 경쟁 벌이는 맛집은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1.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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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쉐이크쉑]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젊은층 고객 유입을 위해 유명 수제버거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1층 명품 매장 자리까지 내주며 러브콜을 보내거나 아예 글로벌 유명 버거 브랜드의 사업권을 따 론칭을 할 정도다.
백화점들 수제 버거 브랜드에 ‘러브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3월 무역센터점에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 1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든 램지 스트리트 버거는 고든 램지가 2020년 영국에서 출범한 캐주얼 콘셉트 버거 브랜드다. 해외 매장으로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갈수록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고객들 수요에 맞춰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며 “무역센터점은 인근 직장인들이 많아 이를 반영해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수제 버거를 들여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김동선 신사업전략실장(사진 오른쪽)과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 윌리엄 피처는 지난해 10월 5일 서울 더 플라자에서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식을 가졌다. [사진 출처 =갤러리아]
갤러리아는 아예 미국 3대 버거로 유명한 파이브가이즈 사업권을 최근 따냈다.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시작된 버거 프랜차이즈다. 쉐이크쉑, 인앤아웃버거와 함께 미국의 3대 버거로 꼽힌다.

갤러리아는 갤러리아백화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15개 이상의 파이브가이즈 점포를 열 계획이다.

AK플라자의 경우 SPC그룹이 지난 2017년 국내에 들여온 미국 버거 쉐이크쉑 매장을 분당점 1층에 입점시켰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포진해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에 외식업종 그것도 수제 버거 브랜드를 들여놨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버거 먹으러 온 김에 쇼핑...분수 효과 기대”
[사진출처 = 파이브가이즈]
주요 백화점들 입장에서 버거 매장 자체만으로는 입점 수수료가 낮아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수제버거일수록 점포 유치부터 쉽지 않다.

일례로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한화 3남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이 직접 미국을 수차례 오가며 창업주와 지속적인 신뢰를 쌓은 결과 국내에 들여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버거 브랜드 입점에 각 백화점들이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백화점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 공략을 위해서다.

특히 해외여행이나 유학생활을 통해 글로벌 유명 버거에 익숙한 세대이다보니 이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관련 버거 브랜드를 들여오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분수 효과’에 탁월하다. 즉 모객에 용이한 업종을 백화점 아래층에 입점시킨 후 이를 통해 방문한 고객들이 윗층까지 둘러보게 하는 것.

실제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았던 AK플라자 분당점은 쉐이크쉑을 1층에 입점시킨 후 다시 젊은층이 유입되며 화장품, 의류 매장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5개월 만에 문 닫은 ‘오바마 버거’도...“다 성공하는 것은 아냐”
굿스터프이터리 매장 내부 [사진출처 = 대우산업개발]
물론 글로벌 수제 버거의 입점이 흥행 성공을 다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의 자니로켓을 일찌감치 입점시켰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니로켓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즐겨 먹어 ‘정용진 버거’라고도 불렸다. 백화점 내 식품 매장으로서는 별 인기가 없었다.

자니로켓은 한국 진출 11년만에 국내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자니로켓 미국 본사와의 재계약은 하지 않았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고가의 수제버거 보다는 가성비 높은 노브랜드 버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산업개발의 외식 자회사 이안GT가 국내에 들여온 미국 수제 버거 전문점 굿스터프이터리(GSE) 1호점도 지난해 10월말로 문을 닫았다.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의 일이다.

GSE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찾은 버거집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체들이 글로벌 수제 버거 매장을 앞다퉈 들여오거나 입점시키는 것과 달리 식품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버거 시장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라며 “한두번의 고객 방문은 쉬울 지 모르나 지속적으로 고객이 유입되고 재구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들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은 될 수 있지만, 버거 사업으로 수익성을 내는 것은 회의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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