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압박’ 발언 이틀만에…NH도 대출금리 낮췄다
KB국민, 우리 빼고 최고금리 7% 이하
금감원 “과도하게 올리지 말아야” 압박
“시장 개입은 부작용 초래” 우려 목소리도
12일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농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5.12~6.22%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다만 실제로 적용되는 20일까지 준거금리(코픽스, 은행채) 변동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농협은행은 농업인·영세 자영업자 대상 지원 방안도 계획 중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초 각각 고정형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내렸다. 이날 기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4.69%, 전세자금대출은 최저 연 4.55%다.
최근 시중은행의 잇따른 금리인하 움직임 일환이다. 지난 10일 우리은행은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 우리전세론, 비대면 전세대출, 우리WON주택대출의 우대금리를 높이고, 가산금리를 내려 실제 적용되는 금리를 13일부터 최대 0.9%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전세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일부 상품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내렸다. 원큐주택신보 전세자금대출, 원큐신혼부부전세론, 원큐 다둥이전세론은 6개월물 금융채 기준 0.50%포인트 인하했고, 원큐우량전세론, 원큐주택담보대출, 원큐신용대출은 상품별로 0.10%∼0.35%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도 조달금리 변동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추세다. 그 결과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 기준 우리, KB국민, 하나, NH농협, 신한은행 순으로 높다. 7%가 넘는 곳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뿐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아야 한다며 잇따라 압박했다. 이 원장의 시장 개입성 발언 외에도 금감원은 금융위원화와 협업해 은행들 대출 금리를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사실상 금리인상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5대 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가계대출 강자’로 꼽히는 KB국민이 유일하다. 이날 KB국민은행 주담대 금리는 신규 코픽스 기준 연 5.78~7.48%이며, 대다수의 대출자들이 선택하는 신잔액 코픽스 기준으로도 최고 금리는 연 7.05%로 7%대다. 국민은행이 작년 7월부터 시행중인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적용하면 상단은 6.75%로 떨어지지만 지난 10일 사실상 대출금리를 내린 우리은행의 주담대 상단(7.21%) 다음으로 높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작년 12월 말 122조8803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 전세대출 금리만 내렸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금리 상승기에 ‘과도한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주담대 금리의 ‘나홀로 상승’을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인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은행의 금리 결정에 최근 과도한 개입이 이뤄지는 데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이 왜곡되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예금 금리 인상을 독려하다가 유동성이 은행권으로 쏠리자 그해 11월 갑자기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도록 지도해 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타행과 경쟁하며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금리를 제공하려 노력한다”며 “외압에 의해 금리가 조정되다 보면 실제 현장에선 대출심사를 최대한 빡빡하게 하며 대출이 전보다 안 일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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