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징용배상 日기업 아닌 3자변제 추진
야권·피해자단체 "친일 해법" 거센 반발
정부가 일제시대 전시(戰時)노동 징용(徵用)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제3자로부터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청구권 수혜 기업인 포스코가 약정한 잔여 금액 40억원과 다른 수혜기업에서 최소한 40억 원 이상의 기부를 받아 이 돈은 유족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사죄'나 소위 전범(戰犯)기업의 직접 배상이 빠지자,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 가 이를 "친일 해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는 12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관련자들로부터 정부의 징용문제 해법에 대한 '마지막' 의견 수렴으로, 정부 방안의 뼈대를 공개한 자리였다.
판결금은 한국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0·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 등 전범기업 2곳에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피해자 배상 책임을 거론한 건 2012년 5월 기점으로 10년이 넘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노력을 상기했다.
정 위원장은 "일본 정부·기업이 감당할 몫이 분명하다"며 "얼렁뚱땅 과거사를 얼버무리는 해결책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판결 이행 주체, 재원, 일본 호응 등 여러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난항을 시사했다.
발제를 맡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채권 채무 이행의 관점에서 판결금은 법정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점이 (민·관협의회에서) 검토됐다"고 밝혔다.
3자 변제는 피고인 일본 기업과 함께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득을 본 양국 기업이 재단(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내면 재단이 원고 측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 국장은 강제집행이 어려운 배경으로 "일본 기업들이 한국 내 경제활동 및 자산을 철수해 압류자산이 국내에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원고인 피해자 및 유가족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수령 의사를 묻고 충실히 설명드리고 동의를 구할 것"이라며 "일본이 이미 표명한 과거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일본 측 호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선 강력한 반론이 제기됐다. 피해자 측 단체로 참석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 대외협력실장은 '일본의 사죄'를 촉구했다.
일부 피해자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도 정부안을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프레임"이라며 "사후적으로 일본 측이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걸 합의문 없이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방청석에선 판결금 강제집행이나 일 측 기금 참여를 난망하다고 본 박홍균 고려대 교수와 '중첩적 채무변제' 법리를 설명한 최우균 변호사를 향해 "소시오패스", "매국노"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입장이 다른 청중끼리 몸싸움을 벌일 조짐이 보이자 진행요원들이 만류하는 일도 있었다. 대북지원단체인 '겨레하나'가 한일의원연맹 방일 일정을 위해 토론장에서 퇴장하는 정 비대위원장에게 접근해 "강제징용 친일해법 친일관료 규탄한다" 등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광주지역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 등 일부 단체는 토론회에 불참한 채 국회 본관 앞에서 야당과 함께 '윤석열 정부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반대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한편 외교부는 이날 공개된 정부안이 최종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국자는 "서 국장은 정부를 대표해 지금까지의 4차례 민간협의회 뿐 아니라 양국 간 협의 경과를 충분히 설명해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에선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징용 배상 소송 관련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 합의를 강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한기호기자 hkh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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