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年영업익 1조 고려아연 살벌한 `경영권 분쟁`
최근 지분매입 노골적인 경쟁
1.49% 보유 영풍정밀로 확산
이사진 교체 3월이 최대 변수
비철금속 전문업체인 고려아연에서 오너 일가간 지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분열의 결과 '쪼개기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제련, 비철금속 전문 기업으로 2020년 기준 모회사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6.8%를 차지하는 캐시카우다.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9768억원, 영업이익 1조961억원을 기록한 알짜기업이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8조2571억원, 영업이익 8166억원을 달성했다. 주가는 55만원으로 고가다. 하지만 최근 영풍그룹과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역사는 고(故) 최기호·장병희 공동 창업자가 영풍기업사를 설립한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은 장 창업주의 차남인 장형진 회장이, 1974년 영풍의 계열로 설립돼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고려아연은 최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최 창업주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인 그는 지난달 작은 아버지(최 창업주 3남)인 최창근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최기호 창업주 일가가 행사하고 있으나 최대주주(26.11%)는 장병희 창업주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이다. 장형진 회장도 고려아연 지분을 3.63% 보유, 개인 최대주주다.
74년째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공동 경영을 이어온 두 집안의 분열이 심화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사건의 발단은 최씨 일가의 우호세력인 한화 계열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당시 한화H2에너지USA)이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5%를 확보하면서다. 이후 장씨 일가는 영풍의 계열사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에이치씨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0.58%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맞불을 놨다. 코리아써키트는 영풍이 최대주주(40.21%)이자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씨가 대표다. 장 대표는 영풍의 최대주주(16.89%)이기도 하다.
이에 다시 고려아연은 우호세력 지분과 자사주를 교환하며 대응했다. 지난해 11월 한화가 보유한 자사주 7.3%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1.2%를 맞바꾸면서 현재 한화 측의 지분율은 8.08%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1.97%와 LG화학이 보유한 자사주 0.47%도 주고받았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LG화학을 일종의 '백기사'로 확보한 셈이다.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2%에 달하지만 최 회장 측이 꾸준히 우호 지분율을 늘린 덕에 보유 지분은 최근 29%대까지 올라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계열사인 영풍정밀(고려아연 지분 1.49% 보유)이 지분 경쟁의 승패를 뒤집을 핵심 카드로 떠올랐다. 최기호 창업주의 4남인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은 최근 장내매수를 통해 영풍정밀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4.85%로 높였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내인 유중근씨도 지분 6.27%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이 특수관계로 있는 유미개발도 지분을 5.41%로 늘리는 등 영풍정밀의 주도권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최씨 일가가 가져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일가는 계열 분리를 통해 고려아연을 독립시키려는 의도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몇달 간 치열한 경쟁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일반적으로 기업집단의 계열분리는 주요 주주들이 계열사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 회장의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선 장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장 회장 일가는 계열사를 통한 지분 매입으로 이를 암묵적으로 거절한 셈이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에 남는 선택지는 이사회 결의를 통한 분리다. 고려아연의 주요 경영안건들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현재 최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과반인 6명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해당 안건은 전적으로 3월 이사회 구성에 따라 결정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가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구성원으로 구성될 경우 계열 분리가 현실회될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도 계열 분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계열분리에 대한 양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추후 추가 지분 확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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