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NBA다이브] 미국 드림팀 제압한 기적의 주인공들…NBA에서 또 기적을 만들고 있다!
[점프볼=김호중 객원기자] 2021년 여름, 많은 팬들을 감동시켰던 주역들이 NBA 팀에서 뭉쳤다.
지난 2021년 도쿄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 농구 종목의 금메달은, 예상대로 미국에게 돌아갔다. 미국은 19번 올림픽에 나서서 16번 금메달을 따냈다. 지금만큼의 위상이 없었던 1972년, 그리고 1988 올림픽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것은 단 한 번이다.
2004 올림픽서 래리 브라운 감독이 이끌던 미 드림팀은 준결승서 아르헨티나에게 일격을 당하며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나섰다하면 금메달이다.
금메달: 1936, 1948, 1952, 1956, 1960, 1964, 1968, 1976, 1984, 1992, 1996, 2000, 2008, 2012, 2016, 2020
은메달: 1972
동메달: 1988, 2004
*드림팀의 충격적인 패배*
이런 미국 대표팀은, 2021년 여름 충격의 패배를 당하게 되고 세상이 뒤집어지게 된다.
2021년 7월 11일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열린 친선전.
미국은 약체 나이지리아에게 87-90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다.
NBA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참여한 것은 1992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1992년 이후, 연습경기에서 54승 2패를 기록 중이었다.
국제대회서 올림픽, 피바 월드컵…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총 11번의 패배만을 당했다. 거의 유럽 강호들(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에게 내준 일격의 패배였다.
아예 '약체'로 분류되는 팀에게 패배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경기 후 대부분의 농구 매체들은 미 국가대표팀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의 전력을 분석하고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기적을 만들어낸 자들에게는 초점이 거의 쏠리지 않았다. 비인기팀의 현실이었다.
그들은 냉정하게, 약체였다. 올림픽도 최종 10등으로 마쳤다. 하지만 그들이 펼친 단 한 경기. 미 드림팀을 상대로 모든 것을 쏟아내며 따낸 승리는 의미가 매우 있었다. 신장 및 신체 조건이 절대적인 농구 종목이다. 전술, 투혼만으로 절대적인 기량 차이를 뒤집고 언더독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이같은 언더독 드라마를 써낸 3인방이 NBA에서 뭉쳐서 또 한 번 굉장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이 삼인방이 결합할 수 있던 비결은, 나이지리아 팀 감독 마이크 브라운 덕분이다.
최종 성적은 10위로 끝났지만, 미국을 제압한 마이크 브라운 나이지리아 대표팀 감독을 향한 찬사는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NBA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지도자다. 과거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 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감독을 맡았던 과거가 있다. 상당한 지도 경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골든스테이트 수석 코치를 지내고 있었다.
브라운 감독이 올림픽서 미 대표팀을 제압하면서, 감독 시장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아졌다. 단순히 우승팀 골든스테이트의 수석 코치였다면 그가 NBA 감독직에 복귀하기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플레이오프 탈락 최장 기록을 갖고 있는 새크라멘토 킹스 구단이 브라운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무려 16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가고 있지 못한 새크라멘토 감독직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브라운 감독은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그가 첫 시즌 보여주는 지도력은 상당히 놀랍다.
기자회견부터 심상치 않았다. 부임 초기, 미디어데이서 인터뷰도중 갑자기 괴함을 지르며 심상치 않은 텐션의 소유자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시즌 선수들과 볼링을 치러 다니는등 단순 전술 뿐만 아니라, 선수단 화합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의 대대적인 개편이 발표되었다.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실력파 무명 코치(조디 페르난데스)를 수석 코치로 전격 발탁하는가 하면, 브라운 못지 않게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코치(제이 트리아노)를 팀내 3번째 코치로 데리고왔다.
이어서, 그의 초점은 자유계약시장으로 향한다. 15인 로스터의 끝을 채워줄 롤플레이어들 몇 명이 그에게는 필요했다.
그 순간 브라운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선수들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새크라멘토에는 나이지리아 대표팀 주전 센터였던 치메지 메투가 있었다.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차기 시즌 플랜에 들어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빅맨인데 2021-2022 시즌 야투율이 45.2%에 불과헀다.
하지만 브라운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메투를 정리하기보다는, 아예 본인들과 성공을 거둬봤던 나이지리아 선수를 또 영입해서, 나이지리아의 색깔이었던 투혼을 새크라멘토에 입히는 것이다.
흥미로웠다. 브라운은 나이지리아 팀의 주득점원이었던 게이브 빈센트같은 에이스격 선수는 노리지도 않았다.
소속팀 조차 없던 ‘KZ 옥팔라’. 브라운이 추구하는 그림에 딱 부합하는 선수였다. 궂은일 좋고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밀착마크할 수 있는, 투혼이 좋은 선수였다.
브라운은 곧바로 옥팔라를 새크라멘토에 영입한다. 동시에, 이미 팀에 있었던 메투에게는 전폭적인 출전 기회를 보장한다.
*NBA에서 만들어내는 두 번째 기적*
기적을 만들어봤던 이 트리오의 성적은 어떨까.
일단 그들의 소속팀 새크라멘토는, 12일(한국시간) 기준 서부 4위에 오르며 모든 NBA팀들중 가장 예상밖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즌 전 서부 하위권이 예상되었던 팀의 유쾌한 반전이다.
*팀 문화가 가장 근사한 구단*
새크라멘토가 올 시즌 가장 달라진 것은 팀 문화다.
일단 선수단 내 화합이 단연 돋보인다. 경기 중 선수들은 서로를 독려하고, 수비에서의 핵심인 토킹도 눈에띄게 좋아졌다. 비시즌 선수단 화합에 힘을 썼던 브라운 감독의 노력들이 빛을 내고 있다.
근사한 문화들이 여럿 장착되고 있다.
새크라멘토는 정통적으로 수비가 약한 팀이었다. 브라운이 부임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도 수비였다.
브라운 감독은 독특한 팀 문화를 만들어냈다. 매 경기 후 라커룸 미팅서, 자체적으로 본인이 이날의 수비왕을 수상해서 구단 로고가 박혀있는 거대한 금 목걸이를 선수 목에 걸어주는 퍼포먼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날 수비를 잘하면, 본인 목에는 구단 로고가 거대하게 박혀있는 아름다운 금 체인이 걸리게 된다. 코칭스태프가 찬사를 보내고, 동료들은 수상자가 발표되면 열광한다.
이러다보니, 새크라멘토 구단에서 내부적으로 이 금목걸이를 차지하기 위한 상당한 내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긍정적인 경쟁이다. 선수들이 공격 못지 않게 수비에도 신경쓰기 시작했다. 이는 성적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멋진 문화가 있다.
Light the beam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새크라멘토가 경기에서 승리하면 그날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는 인터뷰를 진행한 뒤, 버튼 하나를 누를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 버튼은 홈구장 골든1센터의 외부 조명들과 연결되어있다. 골든1센터의 조명은 30개 구단 통틀어 가장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인터뷰가 종료되면 선수는 구단 관계자와 “빔을 비춰라!(Light the beam)”를 외치며 버튼을 누르고, 골든1센터는 클럽을 연상시키듯 아름답게 빛나게 된다.
경기 종료 후 귀가 시간인 밤에 이 장면을 보면 실로 장관이라는 평가다. 동시에 조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새크라멘토가 승리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행사를 직접 보기 위해 승리 후 골든1센터 앞에 팬들이 운집해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빔이 켜지면 팬들은 콘서트마냥 열광적으로 열광한다.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딱이네*
그렇다면, 브라운이 영입한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활약상은 어떨까.
우선 나이지리아 대표팀 주전 센터였던 메투는 새크라멘토의 팀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났다.
메투는 11월 19일 수훈 선수로 선정되며 Light the beam을 직접 해봤을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긴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인해 패배 의식이 만연해있던 새크라멘토에 가장 필요한, 파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브루클린 전에서 케빈 듀란트와의 신경전때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등 팀에 터프함을 불어넣고 있다.
옥팔라는 메투만큼 긴 시간을 부여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따금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기회를 잡으면 제 몫을 잘 해내고 있다.
이 선수들의 표면 기록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기록 대비 출전 시간은 높은 편이다. 일부 팬들은 이 단편적인 기록만 놓고서, 브라운이 대표팀 연으로 이들을 기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표할 수 있다.
이 충격적인 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양 선수의 온앤오프 수비 지표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놀랍다. 메투가 뛸 시, 새크라멘토의 디펜시브 레이팅(100번 공격 기회 중 실점 기댓값)은 5.1이 떨어지고, 옥팔라의 경우 무려 9.7이 떨어진다.
*끝으로*
그렇다면, 새크라멘토의 놀라운 상승세가 메투와 옥팔라 덕분이냐? 그렇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냉정히 올 시즌 최대 공을 세운 자는 브라운 감독과 에이스 원투펀치 디애런 팍스, 도만타스 사보니스다. 최고의 슈터로 거듭나고 있는 케빈 허더, 전담 수비수 데비온 미첼 등, 베테랑 해리슨 반즈, 신인 키건 머레이 등의 이름이 먼저 언급될 것이다. 이들에 비하면 메투와 옥팔라의 공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크라멘토라는 팀을 이해할 때, 분명 눈여겨볼만한 스토리라인임에는 분명하다.
미 드림팀을 잡았던 약체팀. 그 팀의 감독이 NBA 감독이 되고, 국대 팀에서 수비랑 투혼이 제일 좋았던 선수들을 불러모아서 팀 로테이션 멤버로 쓰고 있다. 이 선수들은 NBA에서도 굉장한 수비 지표를 생산해내고 있다.
올림픽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던 3인방, 그들이 NBA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고자 한다. 2005-2006 시즌 이후 약 16시즌동안 플레이오프에 못 나가고 있는 팀을 전반기 서부 4위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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