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사의에 침묵하는 尹… 고개 드는 당권 불출마론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12일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 구체적인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사의를 표명했더라도 행정적인 절차(사직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이) 그대로 넘어갈 수도 있다. 만약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내지 않을 경우 좋게 끝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정식으로 제출하지 않는다면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공개 일정 없이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사의 표명 이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떤 자리에도 연연하지 않고 있다"며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진 공개 행보에서도 그는 몸을 낮추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청 신년회에 이어 서울시당 신년행사에 참여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후 자신의 사의 표명을 듣지 못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과 갈등과 충돌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도 그럴 의도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나 전 의원이 조만간 친윤계의 출마 반대를 수용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전대 출마와 관련해 장고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 등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낸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에서 대구·경북 언론인들과 만나 "오늘까지 언론에 제 생각을 밝히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만약) 당대표가 되면 윤심팔이, 윤핵관에게 절대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당대표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분들 가운데 대통령 이름을 팔지 않고 정치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원 100%'로 경선 룰이 변경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대폭 낮아졌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낸 유 전 의원의 행보가 당내 기반을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나 전 의원 등을 포함한 후보 난립 현상이 벌어질 경우 비윤계 결집으로 결선 진출을 노려볼 여지는 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