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목공예가 장용호
[KBS 창원] [앵커]
국보로 지정된 통영 세병관 현판, 국립 이천 호국원 현충문 현판 등을 새기며 각자 기술을 이어온 공예가가 있습니다.
서각은 물론 목공예와 옻칠을 접목한 목칠공예로 나무를 지켜온 명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나무에 글을 새기고 그림을 그려 채색하고 손수 깎은 조형물을 더하면서 명장은 전통과 현대를 오갑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서각이 들어갔고요. 부조니까 또 조각 기법이 들어갔고요. 고기 눈에 또 상감기법이 들어가 있어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다 복합적으로 들어간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죠. 말 그대로 법고창신이죠."]
옛 것에 새것을 더하는 그에게 목공예는 나무에 새기는 종합예술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목공예가 장용호.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한 장용호 명장의 공방입니다.
조상들의 흔적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직접 수집한 공예품인데요.
북한에서 제주까지, 백두와 한라를 아우르는 고가구엔 세월의 흔적이 깊습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요즘 나무는 옛날 나무의 느낌을 절대 내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손때, 손때라는 게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손때가 묻어가지고 계속 이어져 나가길 바라죠."]
500년, 1000년을 넘긴 나무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말려야 조각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나무가 가진 무늬와 빛깔, 형태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그의 숙제인데요.
나무를 나무답게 만드는 수백 자루의 연장도 세월을 견딘 분신입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처음에 크기가 이만했죠. 부러지거나 닳으면 또 갈고, 또 숫돌에 갈아 쓰다 보니까 이만큼 작아진 거예요. 이런 것들은 아주 손때가 많이 묻은 거죠."]
그에게 서각은 글을 새기는 작업만은 아닙니다.
나무에 세상을 담고 철학을 새기는 과정이자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창입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항상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자 그런 뜻에서 제가 지금 새기고 있는 거예요."]
십장생과 용호를 조각하고 서산대사의 시를 서각한 문방사우는 한국적 정신세계를 담아내어 경남 공예품 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차향에 매료되어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뭔지 고민하다 나무를 만지게 된 그는 나무의 무늬, 목리를 가장 중시합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똑같은 나무라도 목리가 또 달라요. 그래서 그때마다 나무의 결을 보면 너무나 신비롭고 재밌어요. 이건 지금 수종이 각각 다른 여러 나무를 다 썼습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차를 마실 때 물 끓이는 화로죠. 돌로 만들었고요. 밑에 받침대는 나무를 넣었죠. 나무가 주는 따뜻한 느낌..."]
실생활에 쓸 수 있도록 실용성을 더한 공예품들인데요.
원두 가는 맷돌과 커피 추출기도 서각과 목공예를 접목해 나무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나무에 전통을 새기는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는데요.
옛 부적 판을 재현하는가 하면 사라진 떡살 문양을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책 표지를 만들던 ‘능화판’도 복원해 기록으로 남기는 중입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요즘) 책들은 다 인쇄를 해버리잖아요. 비록 쓰지는 않지만 그게 보존이 되게끔..."]
고려 팔만대장경 반야심경을 작품에 담아낸 것처럼 화엄경을 그림으로 요약한 고려 목판 ‘화엄경변상도’도 재현할 계획입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팔만대장경판 안에는 글도 있지만 그림을 가지고 목판 작업한 게 아주 많습니다. 우리 전통문화를 다시 복원하는 의미에서 옛날 목판 작업을 하고 싶은 게 바람이죠."]
나무를 가교 삼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통을 알리고 공유하는 작업도 열심입니다.
[김정민/김해시 율하동 : "나무에 원래 있던 그런 원형을 살려서 각도 하시고 다른 이런 작품들을 만드시는 걸 보면서 너무 배우고 싶어서 선생님께 이렇게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거친 원목이 작품이 되려면 자세를 낮추고 나무의 마음이 돼야 합니다.
[장용호/목공예가 : "급하게 하면 분명히 작품은 나중에 실수가 생기고 나중에 후회하게 되니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오가면서 작품을 완성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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