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조씩 뛰던 가계대출...지난해 8.7조 역주행(종합)
주담대 금리 8% 찍는 등 고금리 부담 영향
2금융권 큰 폭으로 감소...서민 생활고 악화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지난 2년간 100조원씩 뛰던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8년 만의 첫 감소다. 이유는 금리 탓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가 8%를 찍는 등 고금리 상황이 되면서 대출을 받지 않거나 갚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주택시장이 냉각기에 들어서면서 대출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은행, 2금융)의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8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난 2020년 112조원, 2021년 107조원 등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이 2015년부터 통계집계를 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27조원이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에서 35조6000억원이 줄어들며 증가분을 상쇄했다. 물론 주담대도 직전년도 69조2000억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주택거래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출도 줄었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금리’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번이나 올리자, 은행 등 금융사들도 이를 반영해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렸다. 시중은행의 경우 무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며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의 금리 수준을 재현했다. 전일(11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84~8.11%다. 개별 은행으로는 우리은행 상단금리가 8.11%로 가장 높다. 주담대 금리가 8%라는 것은 30년 만기(원리금균등 기준)로 3억원을 빌렸을 때, 월 이자만 2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원금까지 합치면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대출금리가 높아지자, 서민들은 대출을 아예 받지 않거나 돈이 생길 때마다 오히려 신용대출을 갚아버렸다. 지난해 신용대출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기타대출 증감액은 2020년에 45조3000억원, 2021년도에 38조3000억원이 증가했다가 지난해 35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량 둔화 등으로 전년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 및 차주단위 DSR 확대 시행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잔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업권별로 보면 2금융권의 대출 감소규모가 컸다. 지난해 은행권 대출 감소규모는 2조7000억원이었는데, 2금융권은 5조9000억원이나 됐다. 2금융권 내에서도 상호금융에서 10조6000억원이 줄었다. 여신전문금융사에서는 1조3000억원이 줄었다.
“올해 더 줄거나 유지할 듯”
2금융권의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줄어든 건 조달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조달여건이 악화되며 대출창구 문을 닫는 곳도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12월만 두고 보면 보험사를 제외한 상호금융(2조1000억원), 여전사(1조6000억원), 저축은행(5000억원)의 가계대출이 모두 감소했다.
이 중 상호금융의 경우 고금리로 인해 대출수요가 줄어든데다, 수신잔액이 쪼그라들면서 대출 여력이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상호금융권 예·적금 등의 수신잔액은 805조8635억원으로 전월대비 3조3617억원 줄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고객들이 은행으로 대거 이동했다. 특히 토지 등 부동산 거래가 주춤한 영향도 받았다. 상호금융은 주담대보다 토지ㆍ상가 등에 대한 부동산대출을 주로 취급하는데,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주춤하면서 토지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토지 거래량은 약 127만1000필지(966.3㎢)로 전년 동기 대비 27.1% 감소했다.
여전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달(채권)금리는 높아지는데, 법정최고금리는 20%로 고정되면서 캐피탈사의 경우 일부 대출 상품의 판매 중단을 하는 곳도 생겼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가계대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주택매매도 당분간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계속 줄어들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도 어렵지만,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자금 융통이 어려웠던 차주들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등 악조건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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