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지시로 첩보 5600건 삭제” 공소장에 나온 ‘서해피살’ 은폐 작전
‘서해 피살 공무원 진상 은폐’ 사건으로 기소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예하 부대 군 내부 정보망에 올라온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 관련 자료 5417건과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첩보 75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특히 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병대 예하 부대에서 가지고 있던 이씨 피살 사건 관련 첩보 원음 등 60여건도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서 전 장관 공소장에 적시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20년 9월 22일 밤 이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다. 다음날 새벽 1시쯤 예정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UN 연설을 하기 3시간 전 벌어진 일이다. 그해 6월 북한은 개성 남북연락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이었는데,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이 반대하던 ‘종전 선언’ 등의 내용이 포함된 UN 연설로 경색된 남북 관계 타개하려 했다. 서 전 실장은 UN 연설 관련 비판 여론이 있을 수 있고,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 등을 우려해 서욱 전 장관 등에게 ‘보안 유지’ 지시를 했다.
서 전 장관은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를 이행하려고 각 군에 퍼진 이씨 피살 사건 관련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서 전 장관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작전부장에게 전화해 ①최고 수준의 작전 보안을 유지할 것 ②사건 관련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 출력물이 있을 경우 즉시 세절하며,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인원에 대해서는 철저한 작전 보안 준수 교육을 실시해 언론 등에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 무분별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할 것 ③예하부대가 이 사건 관련 내용을 알고 있을 경우 화상 회의를 통해서 교육시킬 것 ④국방부와 합참에서 각각 책임지고 이행할 것 등의 지시를 내렸다.
합참 작전본부 작전부장은 서 전 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 합참 관계자와 국방부 관계자에게 서 전 장관 지시를 알렸다. 이에 2020년 9월 23일 군 첩보 담당 18개 부대의 이씨 사건 첩보 보고서 5417건, MIMS에 등재된 첩보보고서 75건, 해병 예하 부대의 원음 첩보 파일 등 60여건이 삭제됐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서 전 장관은 “보안 유지 지시를 부하들이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통해 삭제 지시가 내려갔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서훈 전 실장은 박 전 원장 등 참석자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에 관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일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박 전 원장은 이미 전날 밤 11시 20분쯤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사실을 국정원 담당자에게 보고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박 전 원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동조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박 전 원장은 관계 장관 회의를 마치고 복귀한 후 공관에서 노은채 전 비서실장에게 “국정원 정무직 회의를 소집해 이씨 피살 사건 관련 내용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국정원 첩보·자료들을 즉시 삭제하라는 지시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실장은 2020년 9월 23일 오전 9시 30분에 회의를 소집해 “원장님이 회의 참석하러 가시면서 급히 전달하라고 한 사항이 있다”며 “우선 우리 국민 서해 사살 첩보 관련 자료는 군 첩보 담당 부대에서도 배포를 중단하고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원내 첩보 관련 자료도 모두 회수·삭제 조치를 하고, 관련 내용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조치를 완료한 후 대응 방향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고해달라”고 했다. 국정원이 삭제한 첩보는 51건, 관련 보고서는 4건이라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후 노 전 실장은 그날 오후 박 전 원장에게 첩보 삭제 등 조치 결과 보고서를 보고했고, 국정원 간부들에게 보고 내용 문건을 배포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 전 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노 전 실장도 “박 전 원장에게 삭제 지시를 받지 않았고, 첩보 삭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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