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분] “돼지 똥 넘치는데…” 분뇨처리 사업 막는 부여군, 왜?
[KBS 대전] [기자]
넘쳐나는 가축 분뇨.
지역 불문, 농민들은 제대로 된 처리 시설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릅니다.
그런데 부여군이 자신들이 직접 검토한 서류로 두 번이나 국비 사업을 따온 사업자에게 권한도 없이 사업을 방해하다, 연거푸 재판에서 패소했습니다.
수십억 원의 국비도,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도, 사업을 막아선 명분도 모두 잃은 부여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6분간 추적해보겠습니다.
[리포트]
부여군에 있는 한 분뇨처리 시설입니다.
지역 내 유일한 시설이지만 처리 용량 부족과 고장을 이유로 자주 멈춰 서, 농민 불편이 큽니다.
[축산 농민/음성변조 : "부여군에는 공동자원화 시설(분뇨처리시설)이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1일 100톤밖에 처리를 못 하는데, 농가들은 그것 때문에 늘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뇨 처리가 급한 농민들은 다른 지역 시설을 알아보거나, 금강에 몰래 흘려보내는 실정입니다.
[권경수/부여군 장암면 상황리 이장 : "시커멓고 탁하고 또 악취가 무척 심해요. 여름에는 날파리가 많이 들끓거든요, 냄새가 나니까. 이 사람들이 주말에만 대개 버려요. 비 올 때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부여군 역시 한 개인사업자와 공모에 참여해 두 차례 선정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애써 따온 가축분뇨 처리 사업을 부여군 스스로 2차례나 무산시켰다는 겁니다.
먼저, 2011년, 총 사업비 70억 원 규모로 하루 99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유치했지만, 부여군은 민간사업자의 자부담 능력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며 확보한 국가보조금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사업자가 이미 부여군으로부터 건축 허가 등을 받아 기초공사에 수십억 원을 들였지만, 2015년 말, 부여군은 공사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를 통보하고 사업을 무산시켰습니다.
[김봉수/피해 사업자 : "부지 정리만 된 것이 아니라, 기계·기구를 다 발주해서 업체들이 20군데가 넘게 다 대금을 달라고 청구하는데 줄 수가 없잖아요. 이건 살 수가 없고…."]
[앵커]
박 기자 말을 들어보니까,
부여군이 직접 추천해놓고 사업 무산에 앞장선 꼴이 됐는데요.
다른 것도 아니고 농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시설인데다 국비까지 확보된 사업을 일부러 무산시켰다니까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기자]
네, 농식품부 공모 사업은 사업자가 아닌 지자체가 최종 권한을 갖고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부여군이 개인사업자로부터 받은 신청서를 검토한 뒤 설치해도 좋다는 의견서를 첨부해 농식품부에 신청했고, 최종 선정돼 보조금 교부까지 이어진 겁니다.
건축과 관련한 각종 허가도 무리 없이 내줘 공사가 진행되던 중에 부여군이 태도를 바꾸면서 사업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사업자는 부여군이, 앞서 소개해드린, 부여군내 유일한 분뇨처리시설 측의 편의를 봐주느라 자신의 공모사업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킨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부여군이 해당 분뇨처리시설 사업자에게는 보조금 집행 기한을 넘겨 지급하고, 11차례에 걸쳐 70억 원 넘는 시설비 등을 군비 등 보조금으로 지원했으면서 자신에게는 확보된 국가 보조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부여군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기자]
네, 이에 대해 부여군은 공모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면서 보조금 집행 기한을 넘겨 사업이 취소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공모사업이 무산되자 사업자가 행정소송을 준비하자 부여군이 회유에 나서면서 두 번째 공모사업이 진행됐는데요.
이 내용,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첫 번째 사업이 무산된 뒤 부여군은 '사업 조건이 더 좋아졌다'며 민간 사업자에게 농식품부의 공모에 재도전할 것을 권했고 사업자 김 씨는 2016년, 재공모에 나서 또다시 가축분뇨 처리사업에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여군의 트집 잡기는 계속됐습니다.
해당 지역에 있지도 않은 개발위원회 동의서를 요구하는가 하면, '부지가 적절치 않다', '운영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4년간 20여 차례 사업을 지연시키더니, 결국, 2020년 또다시 보조금 교부 불가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봉수/피해 사업자 : "발목 잡기로 주민 동의서 및 민원 해결을 위한 설명회를 보완해서 제출하라고 하는 어이 없어도 이런 어이가 없는 반복 행정, 번복 행정…."]
참다못한 사업자 김 씨는 부여군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 씨는 부여군이 권리도 없이 트집을 잡아 사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고, 부여군은 정당한 행정이었다고 반박했지만, 1, 2심 재판부 모두 김 씨의 손을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사업은 농식품부 사업으로, 사업 주관기관이 도지사이기 때문에 보조 주체에 불과한 군수가 보조금 지원 계획 등을 취소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농식품부 역시, "용지 인허가 등의 문제로 개인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부여군처럼 지자체가 나서 사업을 무산시키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 판결 이후, 충청남도는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 재개 절차를 밟으라고 부여군에 통보했지만 부여군은 여전히 사업 취소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여군 관계자/음성변조 : "그때 상황에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지금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렇게 보이거든요."]
부여군은 대신 환경부가 추진하는 분뇨 처리시설 공모사업에 도전해 분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째 부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적 6분 박연선입니다.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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