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손길 거친 사과공장, 3년만에 매출 3배 '쑥'
스마트공장 선정된 '과일드림'
삼성 제조 노하우로 자동화
컵과일 생산량 3배이상 뛰어
삼성 올해도 납품대금 조기지급
이재용 "어려운 상황 함께 넘자"
지난 11일 찾은 경상북도 안동시의 한 과일 가공 공장.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공장이 있는 아방고개 마을에서 생산한 사과를 직원들이 분주히 포장하고 있었다.
공장을 운영하는 황찬영 과일드림 대표는 "경기가 어렵지만 작은 농촌 기업인 과일드림이 농민들과 함께 설 대목에 맞춰 부지런히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주에 방송되는 홈쇼핑에서 사과 8000상자를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웃었다.
2019년 5억원에 불과했던 과일드림의 매출은 불과 3년 만에 3배 이상 뛰었다. 작은 농촌마을에서 시작한 이 기업의 성공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이 숨어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3000여 개 기업이 스마트공장 구축의 혜택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지원 전과 후 공장은 180도 달라졌다. 안동 지역 농협에서 36년간 근무한 황 대표는 2016년 과일드림을 세웠다. 하지만 마음처럼 생산량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지원하기 전엔 황 대표가 직원들과 직접 과일을 자르고 컵에 넣어 포장했다. 직원들이 하루 종일 일해도 컵과일 3000개를 생산하는 게 전부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황 대표의 머릿속을 스쳤다. 학교에 간식으로 컵과일을 유통하는 게 목표였는데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우연히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공고를 접한 뒤 응모했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의 손길이 닿으면서 과일드림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우선 과일을 자르고 포장하는 작업을 자동화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생산량이 3000개에서 1만개로 훌쩍 뛰었다.
삼성전자의 지원은 공장 곳곳을 변화시켰다. 기존에는 방울토마토와 포도, 자두 등 여러 과일을 한 번에 세척한 뒤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지원 사업을 통해 과일드림은 세척할 때부터 과일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과일별 전용 세척 설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8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과일드림과 함께했다. 삼성전자는 3명의 제조 전문가를 이곳에 파견했다.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이들에게 믿음을 줬고, 삼성전자의 제조기술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도왔다. 박경용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직원은 "우리가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하는 등 솔선수범하며 마음의 문을 허물었다"면서 "과일드림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 함께 고쳐나갔다"고 말했다.
공정 자동화뿐만 아니라 제조 현장 문화까지 바꾸는 게 삼성의 목표다. 과일드림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도 커다란 글씨로 벽에 붙어 있는 '7S 3정'이란 문구다. 제조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 정돈, 청결, 청소, 세척, 살균 등 10가지 원칙을 적은 것이다.
판로를 개척하는 데에도 삼성의 도움이 컸다. 과일드림은 2019년부터 삼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장터에서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하루 평균 1만5000개 컵과일을 생산하는 게 과일드림의 목표다. 황 대표는 "올해 계약 농가를 20곳으로 늘릴 것"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도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설 명절을 맞아 중소 협력회사에 물품 대금 1조400억원을 미리 지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물산 등 11개 관계사가 여기에 동참한다. 삼성은 또 오는 20일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장터를 마련해 국내 농축수산물과 자매마을 특산품을 판매한다. 과일드림 제품도 여기에 입점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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