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판타지를 꿈꾸는 웹툰작가, 박태준

2023. 1. 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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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꿈은 영원하다고 했다. 이 말은 웹툰 작가 박태준의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떠오르게 한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름 한 점 없는 외모부터, 판타지 요소를 담은 학원물을 그려내는 집요함은 그의 때 묻지 않은 작가 정신을 짐작케 한다.  
 
박태준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인기 웹툰작가다. 2014년부터 네이버에 웹툰에 자신의 작품 ‘외모지상주의’를 정식 연재하며 작가로 데뷔해 다수의 흥행작을 발표하며 꾸준히 성장. 요일별 웹툰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 작품을 다수 보유한 웹툰 제작사 ‘박태준만화회사(더그림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만화가를 꿈꿨다는 그는 대학 시절 ‘만화창작’을 전공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현실적인 이유로 쇼핑몰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CEO’로 조명 받던 시절에도 그는 취미로 만화를 그렸고, 작가 데뷔를 결심한 후로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웹툰 작업을 병행하며 작품 활동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다.
 
박태준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전념한 것은 2014년부터다. 사업을 하는 동안에도 최종 목표는 언제나 ‘만화를 그리는 것’을 향했다. 첫 작품인 ‘외모지상주의’는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도전 웹툰’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 웹툰 정식연재를 시작했고, 벌써 10년 째 판타지 요소가 담긴 ‘학원물’을 그리며 국내 최고의 웹툰 작가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만화는 세대가 바뀌면서 온라인 기반의 웹툰으로 변화했다. 박태준은 국내에 웹툰이 서비스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작품을 연재해온 ‘1세대 웹툰 작가’에 속한다. 아이부터 어른을 아우르는 ‘만화’(웹툰)은 순수함을 도구로 환상을 그려내는 직업.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만화를 그리며 살겠다는 ‘K-웹툰’ 작가 박태준을 만났다.  
 
Q. 근황은?

그냥 일 열심히 하고 있고 예전에는 개인 작가할 때는 제 작품만 하면 됐는데. 이젠 협업하는 작가들도 많고 회사에서 팀단위로 하는 만화도 많아서 정신이 없어요. 그냥 미팅하고 일하고... 되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신작도 준비하고!(웃음)
 
Q. 웹툰 ‘외모지상주의’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고 있다. 원작자로서 소감은?

저는 어려서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만화가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꿈만 같아요. 제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는 건 솔직히 상상을 해 본적이 없었어요. 전 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제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영광이고, 얼떨떨 하고 기분이 좋아요.
저는 어렸을 때 일본만화를 보고 자란 ‘타국의 키즈’잖아요. 그런데 제 만화를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우는 다른 친구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K-웹툰을 알린다는 뿌듯함도 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도 들어요.

Q.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외모지상주의’를 본 소감은?

아... 일단 민망했어요. 옛날 일기장을 보면 지금의 저와 전혀 다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과거 작품을 다시 보면 되게 부끄럽거든요. 당시 제 감정이라든지, 그림 실력, 제 생각을 지금 다시 보는 것도 그렇고, 그때는 몰랐던 내 부족한 부분도 보이니까.... 지금 제 만화도 다시 못 보는데, 옛날 제 작품을 여러 사람이 보면서 영상을 만든거잖아요. 약간 좀, 저의 일기장을 여러 명이 다 뜯어 봤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어요. 일단 영광스러운 것은 영광스럽고 전세계에 서비스 된다는 것은 굉장히 감개무량한데 개인적인 감정은 자랑스러움 보다는 부끄러움이 컸던 것 같아요.
 

Q.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진출로 ‘K-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K-웹툰’이라는 말의 시초가 된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국내 웹툰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많은 해외 국가에서 국내 웹툰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 작품 역시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작품 자체의 매력적인 스토리와 작화가 해외의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네요. 미국 코믹스나 일본의 망가들 역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작품이 가진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K-웹툰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범국가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현지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전에 작품의 의미와 재미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구요.
 
Q. 외모지상주의 등 초기작을 보면 한국스러움이 강하다. 그럼 추후 신작은 글로벌을 목표로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이해해도 될까?

외모지상주의가 학원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시작부터 몸이 두개라는 설정이 있었고, 잠을 매개체로 하는 판타지 설정을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학원물이라고 해도 학교를 다니는 아시아권에서는 좀 같이 넓은 범위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만화 같은 경우는 실제로 중국이나 아시아에서는 인기가 많거든요. 그정도는 같이 공유가 되는 건데, 그런데 북미로 가버리면 완전히 다르죠. 거기는 고등학생들이 총가지고 싸우는데. 이런 설정들이 한계가 있기는 하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판타지나 로맨스는 공감이 쉬워요. 한국의 로맨스 드라마가 한류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나, 어벤저스나 반지의 제왕 같은 이런 판타지 영화가 세계 시장에 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공교롭게도 제가 지금 마지막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판타지기 때문에 좀 열심히 잘 준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 작년 한 해만 140억 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투자사들이 웹툰 제작사인 ‘더그림엔터테인먼트’에 기대를 갖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저희 회사가 제작사로서 매출이 제일 큰 회사는 아니예요. 웹툰 관련 산업에 나선 선발주자가 많았기때문에 볼륨으로서는 크지 않은 회사인데... 굳이 이유를 찾아본다면, 저희는 타율이 좋아요. 아직까지는 저희 작품이 다 잘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품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봐주신거 같아요.

또 저희 회사는 매출이랑 작품 수나 모든 지표에서 매년 한 3배씩 성장하고 있어요. 양적으로!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적재산권(IP)가 또 저희 오리지날이에요. 이걸 가지고 매년 높은 순위와 높은 성적,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을 굉장히 높게 사서 저희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봐 주신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지금 나온 회사의 지적재산들이 거의 대부분이 2차 제작이 이뤄지고 있어요. 영상화... 드라마,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라든지! 그런 소식 때문에 좋은 작가님들이 계속 같이 일을 해 주시려는 것 같고, 좋은 작가님들과 좋은 인력들이 회사로 많이 모이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향후에 회사가 성장하는데 긍정적인 사인이라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웹툰 산업 자체 또한 되게 매력적이지만, 그 산업 안에 있는 저희 회사 또한 굉장히 경쟁력이 대단하다고 저 스스로도 생각을 하거든요. ‘일반 투자사 관점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작업공간 확보를 위해 강남에 건물을 매입하는 등 함께 일하는 작가들의 활동 지원과 신인작가 양성에 굉장한 힘을 쏟고 있다. 이유는?
 
일단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예요. 저는 작가지만 한 회사를 책임져야하는 입장이잖아요. 창작자와 경영자의 입지를 균형있게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저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어야 하겠더라구요. 부동산을 구입한 이유는 투자 목적도 있겠지만 이걸 가지고 뭔가 기념비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만화 제작사가 저런 건물을 살 수 있구나!’ 그리고 ‘저 회사에서 일을 하면 저런 장소에서 일을 할 수 있구나!’하는? 웹툰 회사와 작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후배 양성에 투자하는 것도 당연히 1순위는 저희 회사예요. 실력있고 능력있고 경쟁력 있는 작가를 키워서 같이 일하는 거요. 또 그런 작가들이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제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지 산업이 큰다고 생각해요. 같은 일로 같이 돈을 벌고, 그걸 보고 산업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시장이 건강하게 자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지금 웹툰 산업에 뛰어들고 있으니까, 웹툰 산업에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저 역시 어린시절 경제적인 문제로 꿈을 미뤘던 적이 있어던 만큼 저 같은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더불어 저를 포함한 저희 회사가 한국 웹툰의 세계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사실 어릴 때 꿈을 잊지 않고 달려왔다. 어릴 적 장래희망을 잊지 않고 이루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 어떻게 만화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저는 그림 그릴 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그게 취미이기 때문이었어요.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은 벌었지만, 그때도 결국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놀고 있었거든요. 그냥 그게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쇼핑몰을 할 떄도 혼자 만화 그려서 쇼핑몰에 올리기도 하고.... 그런데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즐기는 일로 돈을 벌고 싶었다’라는 말이 맞는것 같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잠을 못 자더라도 그림에 눈을 돌렸던 것도 같구요. 그래서 더 작품이 잘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Q. 작년 한 해 많은 이슈가 있었다. 박태준에게 2022년은 어떤 의미인가?

작년은 저나 회사나 여러 성장을 이뤘던 시기였어요. 좋은 작가들과 직원들이 회사로 다수 합류했고 저의 대표작인 외모지상주의를 애니메이션으로 넷플릭스에서 선보였네요. 회사는 큰 가치를 평가받으며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2022년은 저와 저희 회사가 본격적 글로벌 진출을 비롯한 더 큰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해였다고 봅니다. 아직도 저와 회사는 성장을 갈구하고 있구요. 이런 성장의 기회를 발판을 바탕으로 저희만의 비전을 현실화 나갈 생각입니다.  또 작년은 저 뿐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웹툰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도 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또 그게 동기부여가 되서 2023년에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는 한 해였던 것 같아요.
 
Q. 다년간 다작한 웹툰 작가로서 슬럼프는 없었나?
 
저는 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회사를 안갈 수 없잖아요. 작가도 슬럼프라고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스토리가 안 나와도 주간마감을 해야 하고 작품을 연재해서 독들에게 보여 주는게 작가의 일이라고 봐요.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 때문에 배려를 해 주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웹툰도 독자들과의 약속이잖아요. 제 슬럼프는 제가 힘든거지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Q. 만일 휴재를 한다면 어떤 상황일 것 같은가?
 
글쎄요. 저는... 기능적으로 작동을 못할 때?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 손을 쓰지 못 할 때? 아니면은 본능적으로 생각을 못할 때?
 
Q. 언제까지 웹툰 작가 박태준으로 활동하고 싶은가?
 
저는 죽을 때까지? 평생이요. 시장에서 도태되서 아무도 찾지 않을 때가 은퇴인 것 같아요.
 
Q. 새해 소망은?
 
저에게는 항상 저와 저희 회사 만화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이 가장 중요해요. 저를 비롯한 회사 소속 작가와 스텝들이 열심히 신작들을 준비 중이구요. 다양한 장르에서 재밌는 얘기들을 선보여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려는 생각입니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어... 아직 저는 하고 싶은 만화가 많고, 지금 현재 연재 중이 만화도 잘 완성하고 싶어요. 그래서 새작품을 하고 싶은 것과 지금 만화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싸우고 있는데, 모두다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봐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해요.
 
정혜진 기자 jhj06@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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