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5년만에 월700만원 버는 청년...“가장 힘들었던 점은”
27세 ‘단감 농부’ 김영재 씨
“생산 판매 넘어 체험 관광
6차산업 농부 되고 싶어”
지방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고령화가 가속화 하면서 농촌이 생존과 소멸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와중에 귀농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30대 이하 청년 귀농인은 1522명으로 전년 1370명 대비 11.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6년생 김영재 청춘아람농장 대표(27·사진)도 그런 청년 농부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전라남도 영암으로 귀농해 3ha의 면적에 연간 50t의 단감을 생산하고 있으며, 1억5천만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작은 이변도 만들었다. 한 해를 대표하는 과일을 뽑는 축제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그가 재배한 단감이 대상을 받았다. 한국농수산대학교를 2018년에 졸업하고 농사에 뛰어든 지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전라남도 광주 출신에 도시에서 자랐고, 부모님을 통해 농사일을 승계받지도 않은 순수 귀농 청년이라는 점은 더 특별하다.
김 대표는 시기별 품종 분산 재배, 유기농 액비 사용 등으로 15.8브릭스(Brix)의 고당도와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단감을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씨는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기초로 무기질 비료는 사용하지 않았고, 해조류 같은 액비를 살포해 품질을 올렸다”며 “시기별로 품종을 분산해 관리하고 재배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분한 수상으로 부담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년, 30년 농사를 지은 사람도 태풍, 병충해, 냉해나 고온장해 때문에 계획대로 농사를 지어본 햇수가 절반도 안 될 것이다”며 “농사일이 버릇처럼 몸에 배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 식품과학과를 졸업했는데, 이곳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오히려 식재료에 관심이 더 커졌다. 식재료를 선별하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농산물에 관심이 생겼다. 용감한 귀농은 오히려 농촌을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농촌의 여유로움이 좋아보여 뛰어들었지만 5년 차 농부가 돼보니 현실은 딴 판이었다. 수확시기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꼬박 일만 해야 했다. 농번기엔 4~6명 정도의 외부 인력을 쓰려면 사람 부리는 법도 배워야 했다. 직장인이었던 부모님도 오히려 농사를 몰랐기에 그의 귀농을 흔쾌히 승낙했다.
연매출 1억5천만원에서 인건비·자재값 등을 빼면 그의 월수입은 600만원~700만원 선이다. 웬만한 대기업 월급을 훌쩍 넘는 수준이라 대학생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번기에 일 몇 번 도와주고 나면 그 말도 쏙 들어간다. 김 대표는 “친구들이 가끔 일 도와주러 왔다가 업무 강도에 손사래를 치게 된다”며 “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멋있다고 하는 친구들은 더러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귀농 청년의 어려움으로 꼽는 건 판로 확보다. 자금 융자, 보조금 지원, 강의와 실습으로 짜인 수십 시간의 교육과정 등 정부의 귀농 정책은 많지만, 대부분은 농사 자체만 돕는 데 집중돼 있어서다. 청년 농업인은 진입 장벽과 거래처와 신뢰 관계 부족으로 공판장에서 농산물의 제값을 받기 어렵다. 그는 지금 공판장 거래를 안 하고 전화 주문을 받아 수확물을 직거래로 팔고 있다. 김 대표는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은 처음 정부 지원 정책을 들으면 모든 걸 다 해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며 “그런데 수확을 끝낸 후 판로 확보를 못 해 괴로워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정부 대출의 상환 거치 기간이 귀농 청년의 소득 생애주기와 어긋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과수는 일 년 만에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 나무를 심어 한 살부터 키우면 5년은 있어야 열매가 나오기 시작한다. 8년 정도는 돼야 이익을 거둘 정도의 수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행 정부 대출 지원 상환 거치 기간은 대부분 5년 거치에, 20년 상환이다. 청년 농부는 거치 기간 5년이 끝나면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김 대표는 “게다가 귀농 청년은 시행착오를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소득 창출 기간까지 죽음의 계곡을 넘기기가 더 힘든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농업의 6차 산업화를 꿈꾼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농업이 생산과 판매에서 끝나지 않고 체험과 관광 등으로 이어질 수 있게 6차 산업화를 하는 게 목표”라며 “그래야 도시 사람들도 유입되고, 농촌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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