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뿜어내는 고데기, 소녀의 비명…"'더글로리' 실화 맞다"
'청학동 기숙사'·'양산 여중생 집단폭행'·'눈 침대' 사건도 거론
"촉법소년 기준 나이 내려야…점점 교묘하고 흉폭화"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속 학교폭력 장면이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긴 가운데, 현직 장학사는 작품 속 묘사된 학폭과 관련해 “그런 일이 발생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분명 현실 속에 있는 부분들이다”라고 말했다. 더 글로리에서 묘사되는 학폭 중 상당수가 실제 사례 혹은 이를 소재로 재구성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11일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는 MBC 라디오 ‘뉴스 하이킥’ 과의 인터뷰에서 “(더글로리가)학폭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드라마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고데기 온도를 체크한다’며 피해 학생 신체 곳곳을 고데기로 지지는 장면과 관련해 최 장학사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며 “과거 충북 청주의 중학교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언급했다.
이어 “피해 학생은 심한 화상을 입고 꼬리뼈가 튀어나오는 등 전치 5~6주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피해 학생이 당시 MBC에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체크를 해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아물던 딱지도 가해자들이 손톱으로 떼어내는 의식 같은 형벌을 자행했다’고 토로한 인터뷰가 있다”면서 “‘더글로리’에서 작가가 고데기를 폭력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폭력법이라는 게 2004년 1월29일 제정됐다”며 “시행은 2004년 7월30일인데, 청주의 ‘고데기 사건’은 2006년도에 발생했다”고 했다. 나아가 “주범인 가해자 1명은 구속됐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학교와 선생님은 행정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과정에서 주범 가해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자기 이름을 대지 말라고 협박을 강요한 혐의도 있었다. 다양한 시민단체가 학폭 근절 대책을 세우라고 교육당국에 항의했는데, 실제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최 장학사는 이외에도 “현장에서 안타깝고 보기 괴로울 정도인 사건이 많았다”고 복기했다. 그는 △2020년 경남 하동 청학동의 이른바 ‘서당 학폭’ 사건 △2021년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달 13세 남학생이 9세 여학생을 성추행한 ‘눈 침대’ 사건 등도 거론했다.
‘청학동 기숙사 사건’은 2020년 경남 하동 청학동 기숙사에서 발생했다. 17세 가해자 2명은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소변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벌였다. 가해자들은 소년부로 송치돼 형사처벌을 면했다.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은 2021년 경남 양산에서 가해자들이 외국 국적의 중학생을 집단폭행하고 범행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한 사건이다. 가해자 중 2명은 검찰에 송치됐지만 다른 2명은 촉법소년이어서 소년부로 넘겨졌다.
‘눈 침대 사건’은 2022년 12월 경기 북부에서 13세 초등생이 하굣길에 9세 여자 어린이를 유인해 눈더미로 침대를 만든 뒤 성추행한 사건이다. 가해 학생은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이 제한되며 학교에서도 별다른 징계 없이 졸업했다.
최 장학사는 “현재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에 의해 보호 처분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촉법소년 기준 나이를 만13세로 1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만 통과하면 되는데, 여당은 통과를 원하고 야당은 인권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게 변수”라며 “제가 보는 입장에서 느끼는 건 점점 저연령화되고 교묘해지고 흉폭화되는 점에서 서서히 기준 나이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송혜교 복귀작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이 초등학교 선생이 된 후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2016년 ‘태양의 후예’ 이후 김은숙 작가와 6년 만에 호흡을 맞춘 드라마이며 김 작가의 첫 복수극이자 19금 등급을 받은 드라마다. 이 시리즈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성찰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태국, 카타르 등 다수 국가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에 올라섰다.
이선영 (blis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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