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충청권 메가시티 좌초 '뇌관'으로 떠올라
'제로섬' 게임 지양하고 공조 통해 '윈윈' 전략 내세워야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이 충청권 메가시티 공조를 흔들고 있다. KTX 오송역을 품은 충북도는 반대입장을 재확인하며 총공세에 나섰고,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필수 기반 시설로 역사 신설의 명분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역사 신설을 두고 지역 간 갈등이 첨예하게 번지며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설 수 있는 메가시티 조성도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11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운영을 시작했다. 추진단은 충청권 특별지자체(가칭 충청광역청) 출범을 앞두고 각 지역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전략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통과 문화, 교육, 산업 등을 하나로 묶어 단일 생활권을 조성하는 충청권 메가시티를 위해 역사적인 발걸음을 뗀 것이다. 최근 선발주자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충청권 4개 시도는 단순 지역 발전을 넘어 국토균형발전을 선도해야 할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열린 '국토교통부-충청권 지역발전 협의회'에서 정부는 충청권과의 원팀을 강조하며 메가시티 조성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이곳에서 KTX 세종역을 둘러싼 논쟁이 재소환되며 균열이 일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KTX 세종역 신설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충청권을 거미줄처럼 연결한다면 메가시티가 실질적·구체적으로 성공하게 되리라 보고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세종시와 충북도가 여러 차례 KTX 세종역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만큼, 이날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는 해당 사안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비공개 원칙을 깨고 세종시를 향해 공개 비난에 나섰다. 김 지사는 협력회의 하루 뒤인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세종시는 본래 목적에서 이탈해 하마처럼 공룡이 돼 무한 확장하면서 충청권 인구를 깎아 먹는 밉상이 되고 있다"며 "교량과 터널사이에 기술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고, 이미 결론이 난 문제인데 세종시가 고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진화에 들어갔다. 최 시장은 12일 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전날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충청지역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나온 김 지사의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최 시장은 "김 지사가 '세종시만 인구가 늘고 주요 기관들을 유치하는 반면, 충북에는 아무 것도 오지 않는다는 섭섭한 생각으로 해당 발언을 했다'고 사과를 해왔다"며 "저 또한 김 지사의 사과를 듣고 충청권이 더 협력하고 서로 도와주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하나가 돼서 서로 이해시키고 대화하다 보면 여러가지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양측이 사과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KTX 세종역 설립을 두고서는 말을 아껴 불씨는 여전하다. 역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좀처럼 수면아래로 가라 앉지 않고 있어서다.
결국 KTX 세종역 설치를 둘러싸고 세종시와 충북도 간 상생과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는 "KTX 세종역 논란은 충청권 메가시티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고비로 작용하고 있다"며 "각 지역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제로섬' 게임을 하기 보다는 공조를 통해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윈윈'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철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대전 동구)은 "각 도시의 거점 발전도 중요하지만 지역 간 연결로 초광역 공간의 형태가 만들어질 때 충청권 메가시티도 유의미해진다"며 "KTX 세종역과 같이 미시적인 부분을 가지고 충청권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것 보다는 4개 시도가 미래지향적인 광역교통망 비전을 만들어 연결성과 접근성을 높여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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