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부실판매' KB증권 1심 벌금 5억…KB 항소 가능성
라임 펀드 부실 알고도 판매한 혐의는 무죄 판결
KB증권 측 "기망행위 아냐…오해 밝혀져 다행"
피해자 측 반발…민사재판 판결 영향 미치나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에 있어 감독 소홀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KB증권이 1심에서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펀드 판매 수수료가 없다고 거짓 표시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는 이유다. 다만 부실을 알고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매 수수료 없다’ 거짓 표기 유죄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김동현 부장판사)는 KB증권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핵심 피의자 김모 팀장은 징역 2년에, 임직원 2명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라임 사태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KB증권은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해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지난 2021년 6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2019년 3월 라임펀드가 A등급 우량사채에 투자한다는 제안서 내용과 달리 무등급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정황을 알면서 이를 감추고 판매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기본적으로 헤지펀드인 사모펀드가 A등급 이상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자펀드가 모펀드에 투자하면서 개별 TRS를 사용할 경우, 일정 등급 이상 제한을 뒀던 역사적인 과정에서 나왔던 용어”라고 판시했다.
적격 등급 채권에 대해선 레버리지 개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일 뿐, 해당 표현을 A등급 이상 채권에만 투자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독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라임자산운용의 기존 라임펀드들간 돌려막기에 공모한 점 및 라임자산운용 일부 펀드의 사기적 판매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서도 KB증권과 전·현직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펀드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데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KB증권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펀드 11개를 판매하며 펀드 판매료를 라임 등 자산운용사로부터 받는 총수익스와프(TRS) 수수료에 가산해 우회해 수취하면서 고객에게는 펀드 판매 수수료가 없다고 거짓 표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부장판사는 “KB증권이 이익을 희생해서 수익률을 달성해줬다는 것이 고객들의 기본적인 인식이지만, KB증권은 고객 이익이 아니라 본인 회사에 이익인 행위를 한 것으로 고객들에 대한 기망행위”라고 했다.
라임 펀드 판매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얻은 핵심 피의자인 김 전 KB증권 델타원솔루션부 팀장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팀장은 자신이 실질 주주로 있는 법인과 라임 펀드 투자 대상 회사간 자문 계약을 통해 4억원 상당 수수료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씨가 개인과 KB증권 직원 사이 교묘한 간격을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으며 그 금액도 너무나 크다”며 “이종필 대표 측이 김씨 개인에게 부탁을 한 것이 아니라 KB증권 델타1솔루션부 직원에게 부탁을 한 것이며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은 개인에게 귀속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KB측 “기망행위는 오해”…피해자 측 반발
KB증권 측은 라임 펀드 관련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KB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라임펀드 TRS 거래 당사자로서 금융회사가 마땅히 행해야 할 리스크관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적정한 내부통제 업무 프로세스를 통해 라임펀드를 판매했다”며 “본연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한 것이 ‘사기적 부정거래’라는 부도덕한 기망행위로 오해받을 뻔 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은 수수료 우회 수취 건에 대해선 “라임사태와 전혀 무관하며 타 금융회사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통상적 업무 프로세스”라며 항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피해자 측은 반발했다.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해준 것이 라임펀드에 있는 기초자산들을 KB증권 명의로 취득한 것이기에 부실 징후를 포착할 개연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KB증권이 투자금 반환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민사 재판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쳐 투자금을 배상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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