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의적 접근 필요” 강조… 피해자 단체들 강력 반발 [‘강제동원 해법’ 정부안 첫 공개]

홍주형 2023. 1. 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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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부가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안은 일본 기업의 사과나 재원 기여가 없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됐다.

정부는 이 안이 최종안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지만, 새 정부 출범 후 7개월여 동안 민관협의회, 일본 정부와 협의해 온 결과인 만큼 새로운 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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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충돌 폭발한 토론회
韓·日 청구권 협정 수혜 韓 기업들 출연
日 기업 참여 독려 방침에 실효성 의문
피해자들 ‘日 기업 참여 없는 해법’ 비판
정부 “최종안 아냐 계속 협의 이어갈 것”
12일 정부가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안은 일본 기업의 사과나 재원 기여가 없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됐다. 정부는 이 안이 최종안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지만, 새 정부 출범 후 7개월여 동안 민관협의회, 일본 정부와 협의해 온 결과인 만큼 새로운 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문제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느라 피해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서 공개토론회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외교부 등 주최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일본 기업 참여 없는 해법

이날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공동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핵심은 피고인인 일본 기업이 아니라 제3자가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확정 판결 후 일본 기업의 채무는 사인 간의 약정채무가 아닌 법정채무가 됐기 때문에 제3자 인수가 가능하다는 등의 법리 검토를 해왔다.

제3자 변제 시 2014년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어 선제적으로 정관을 개정해 재단이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재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이 제공한 경제협력 자금의 수혜자인 포스코 등 한국 기업으로부터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일본 기업의 참여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향후 일본 기업의 참여 등을 독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양국 입장이 대립된 상황에서 피고 기업의 판결금 지급을 이끌어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점을 민관협의회 참석자들을 비롯해 피해자 측에서도 인지하고 계신 것으로 파악한다”며 대부분 피해자가 고령인 상황에서 조속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고성… 피해자 강력 반발

일본 기업 참여 없는 해결책에 피해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일부 피해자 단체들은 아예 토론회에 불참했다. 참석한 피해자들도 정부나 전문가들의 설명이 이어질 때 원색적인 비난을 해 곳곳에서 고성이 들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안은 최종안이 아니다”라며 “지난해부터 민관협의회 등을 개최하면서 검토된 안을 설명하는 자리이고, 이후 계속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안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협의회를 거치며 사실상 최종안으로 수렴된 안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제3자 변제 방식은 새로운 안이 아니다. 2019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통틀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제시한 ‘문희상안’ 역시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했다. 청구권 협정으로 한·일 사이 채권, 채무 관계가 모두 끝났다고 주장하는 일본과의 사이에서 정부나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내놓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오래된 갈등에 속도를 내는 것이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굴욕적 해결 규탄”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의 굴욕적 해결을 규탄한다’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일본의 사과와 관련, 정부는 일본의 기존 사과를 유지·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서 국장은 “법적으로 제3자인 재단이 원고분들에게 판결금을 드릴 수 있다고 했는데 왜 일본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겠느냐”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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