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황 무풍` 면허업종, 나홀로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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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식품과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제조업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면허나 허가가 필요한 금융과 통신, 정유 등 일부 업종만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게다가 경기불황에 접어든 올해는 경기싸이클에 민감하지 않은 금융 통신업의 선방으로 업종별 실적 양극화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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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화학·철강 등 제조업은 부진… "면허 업종 공공성 책임져야"
지난해 식품과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제조업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면허나 허가가 필요한 금융과 통신, 정유 등 일부 업종만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이들 업종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2021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경기불황에 접어든 올해는 경기싸이클에 민감하지 않은 금융 통신업의 선방으로 업종별 실적 양극화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 합산은 16조6412억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기록(14조5429억원)을 또 다시 경신했다.
영업이익 역시 2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작년 3분기 말 누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23%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은행권은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도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4조원대 후반을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SK텔레콤의 경우 전년보다 19.27%나 늘어난 1조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급등의 수혜를 받은 정유업체들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미 예약해놓은 상태다. 에쓰오일의 경우 정유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9%대의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기본급의 1000%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업체들도 역대급 성과급을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원자잿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식품업계를 비롯해 수출주력인 반도체, 전자, 화학, 철강 등 대다수의 제조업체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1년 1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 불황의 SK하이닉스는 전년보다 5조원 가량 영업이익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라면 '신라면'을 팔고 있는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4%대에서 3% 초반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이런 와중에 은행 등 일부 업체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자, 정부 여당까지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가 커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가 진입장벽을 쳐준 금융과 통신 등은 일정 수준의 공공성을 책임져야 한다며, 서민 부담을 덜어주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익적 성격을 가진 은행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의 금융거래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일정 부분을 돌려주려고 하는 노력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이 더 성장하는 밑거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문혜연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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