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경제’ 드라이브 걸었지만… 여권 반응 시큰둥

김현우 2023. 1. 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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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회견 내용·의미
저신용자에 정부 지원 확대 등
긴급 민생 프로젝트 대거 제시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 제안
‘尹 중대선거구제’엔 반대 의견
“사법 아닌 검찰리스크 표현을”
檢수사에 불편한 기색도 비쳐
민주 내부선 李 향한 불만 누적
박용진 “李 분리해야 총선 승리”
與 “본인 사법적 문제부터 처리를”
검찰 소환조사 이틀 만에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2일 신년 기자회견 키워드는 ‘민생과 경제’로 요약된다. 30조원 규모 ‘긴급 민생 프로젝트’와 추경호 경제팀을 비롯한 내각 대폭 쇄신,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한 개헌과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영수회담 등 굵직한 정치적 제안들도 쏟아냈다. 사법리스크 속에 민생을 기치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은 자신의 궁색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정국전환용 기자회견일 뿐이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어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30조원 규모 긴급 민생 프로젝트 등을 제안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긴급 민생 프로젝트에는 △무주택자의 임대차보증금 대출전환 △저신용자에 대한 정부 보증과 지원 확대 △지역화폐 예산 증액 및 항구화 △매입 임대 대폭 확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이자 감면 및 고정비 상환 감면 등이 두루 담겼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제안했거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정책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추경호 경제팀에 대해서는 혹평했다. 이 대표는 “현재 경제라인을 포함해 내각을 대폭 쇄신해야 한다”며 “현재 경제 당국은 상황인식과 위기대처능력에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고랜드 관련) ‘김진태 사태’를 수수방관해 자본시장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간 것만으로도 교체 사유가 이미 차고 넘친다”며 “진영과 관계없이 능력과 경륜이 검증된 경제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참사 내각’이란 지탄을 받고 있는 총리와 각 부처 인사들도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 정부, 기업, 노동계가 참여하는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제안하며 민주당 차원 ‘경제안보센터’(ESC)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 권력구조 개편안과 생명권·환경권 등 국민 기본권 강화 및 국민소환제 등을 담은 개헌을 제안했다. 대선 당시 밝혔던 개헌 구상으로, 새해를 맞아 재차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개헌 논의에 적기라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댕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그는 “국민의 의사가 가장 잘 대변되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 개혁에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와 친하고, 내각제가 중대선거구제와 친하다”며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 대표 취임 뒤 당 지지율이 제자리 혹은 더 떨어졌다는 지적에는 “지지율이라는 것은 변동 폭이 크다”며 “지지율에 연연하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 표현에 거침이 없었다. 특히 ‘사법리스크’라는 단어에 “가급적이면 ‘검찰리스크’라고 말해달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용진 의원실 제공
신년 기자회견에도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점차 누적되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현 상황을 묻는 말에 “겨울밤에 싸락눈 소리 없이 쌓이듯이 여러 걱정과 우려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리스크는 분리 대응하고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검찰의 수사 도중 내밀었다는 ‘네이버 문건’을 거론하면서 “뭐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당이 공식라인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분리 대응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본인의 사법적 문제부터 처리하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렇게 국정에 비협조적이고 대결구도인 상황서 만난다고 한들 무슨 결론이 있겠나”라며 “본인의 사법처리 수순에 대한 방탄 내지는 주의 돌리기”라고 깎아내렸다. 이 대표가 말한 ‘검찰리스크’에 대해서도 “본인을 변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지난 정권에서 수사되지 않은 채 덮었던 사건들이다. 사법절차는 제대로 작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대장동 개발 비리·변호사비 대납 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신의 개인 범죄 혐의가 국민께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당대표 신년 기자회견인가. 처절한 ‘방탄 쇼’다.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우·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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