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이어 힐스테이트 포항… 공기 지연에 지체보상금 갈등
조합서 "공기연장 불가능" 통보
힐스테이트 포항서도 3개월 연기
삼성물산이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서울 반포 원베일리의 입주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조합이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비슷한 사유로 입주가 미뤄지는 현장이 다수 발생하고 있어 향후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보상 책임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시행사 간의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반포3차·경남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원베일리 조합)은 삼성물산에 '공기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기존 예정된 공기에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조합이 공기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향후 실제 입주지연이 발생할 경우 지체보상금 주체를 두고 갈등이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등 불가항력적 이유로 공사가 지연돼 시공사의 책임이 없고, 공사기간 중 있었던 '감리사 변경에 따른 공사중지'의 귀책사유도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감리사 선정은 조합의 의결 사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기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우선 예정된 공기에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실제 입주지연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는 그때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원베일리뿐 아니라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폭우 등의 문제로 공기가 지연된 현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향후 지체보상 관련 갈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공기지연 사유도 명확하지 않아 해석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공기지연이 발생할 경우 공사비 증액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포항 현장에서 입주시기를 3개월 연기했다. 현대건설 측은 천재지변인 태풍 힌남노를 지연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입주를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야 연기를 통보했고, 해당 시기가 이미 태풍 피해가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난 만큼 지체보상금에 대해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는 울산 현장 입주민들에게 입주 지연 공문을 발송했다. 사유는 원베일리와 동일한 코로나19 장기화와 화물연대 파업 등이다. 해당 현장 역시 실제 지연이 발생할 경우 지체보상금 지급 여부와 책임소재 등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공공기관의 경우 코로나19와 화물연대 파업을 불가피한 지연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 현재 240여개 아파트 현장을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감염자 발생에 따른 공사 중단을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정하고, 화물연대 파업 역시 현장별 공정을 감안해 레미콘 타설 등 파업에 영향을 받은 경우 시공사에 공기 연장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공기지연이 건설사업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LH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시공사에 코로나19와 화물연대 파업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입주지연이 발생한 현장마다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향후 관련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통상 노조의 파업, 자재수급 등으로 인한 공기지연이 시공사의 책임으로 인정된 사례가 많아 화물연대 파업 역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김가람 법무법인 굿플랜 대표변호사는 "코로나19에 따른 공기지연 책임에 대한 판례가 아직 없어 향후 관련 분쟁이 확대될 것"이라며 "원베일리의 경우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있어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 더 복잡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LH나 국토부의 유권해석 역시 법원이 이를 인정할 지는 미지수"라며 "이런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특약을 추가하거나, 정부에서 표준계약서에 구체적인 지연 사유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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