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야 `유족·생존자` 목소리 경청한 `이태원 국정조사`
참사 생존자·유가족·지역 상인 참석
참사 당시 상황의 조사 재차 요구
여야, 정쟁 멈추고 '진상규명' 한목소리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마지막 활동에서야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정부 당국자와의 대질을 진행해 이후 조치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정쟁만 일삼는다’며 유족의 지적을 받은 일부 의원은 허리 숙여 사과했다.
국회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12일 국회에서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생존자와 유가족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2차 가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하며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유가족은 △참사 당시의 신원확인 △구조활동 △이송 과정 규명 △유가족간 연락망 공유를 요구했다.
먼저 생존자 김초롱씨는 “잘못한 사람을 찾아서 벌 주라는 게 아니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핵심”이라며 “치료와 상담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쏟아지는 망언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토로했다.
참사 희생자 서형주씨의 누나 서이현씨는 “제 동생은 동행인이 없어 언제 사망했는지 제일 궁금하다. 시체검안서를 받고 확인하니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이전 추정’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그런데 유가족 모임에서 만난 희생자 어머니께서는 따님의 사망시간이 (서류상으로는) 10시 15분 이전 추정인데 딸은 오후 11시 30분까지 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구급일지를 확인하고 싶은데 그것마저 확인이 안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유가족 최선미씨는 “그동안은 참사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신원을 신속히 파악해 실종자, 사망자 명단을 언론에 실시간으로 알리고, 브리핑을 통해 유가족에게 사고 경위, 이유, 조치 등을 알렸다”며 “이번엔 참사 후 별다른 조치가 없어 유가족이 직접 희생자를 찾아 나서야 확인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여당 의원들을 거론하며 책임을 물었다. 최씨는 “조수진 위원님. 지난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시신수습과정 조사해달라 했다. 신원조회가 12시간 걸린 것,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된 것 알고 싶다고 했다”며 “보건복지부나 소방·경찰에 자료 요청하셨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다. 제일 간절하게 질문했던 것까지 우롱하나”라고 울부짖었다.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전주혜 의원은 청문회 발언 순서가 됐는데 어디로 사라졌다가 몇 시간 뒤에 왔었나. 조수진 의원은 옆에 친구가 사라진 걸 몰랐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유족을 향해) ‘야당과 같은 편’이라는 말을 한 당신이 먼저 앞장서서 참사로 편 가르고 정쟁으로 끌어가는 당사자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자취감춘 `정쟁`… 정부에 與 “유족 궁금증 해소” 野 “명확한 사과” 요구
의원들은 마지막 공청회에서야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유족에게 “신원확인, 이동 경로 확인 이런 게 얼마나 답답하셨겠나”라며 “저 또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허리숙여 사과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구급일지가 부실하다면 다시 확인해서 유가족에게 소상히 안내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건가”라고 출석한 정부당국자에게 물었다.
이용철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실장은 “구급일지는 지난번 소방청을 통해 약 30명 넘게 확보를 해 파악했지만 소방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추가로 더 (확인)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홍영근 소방청 기획조정관은 “현장에서 (상황이) 급하다 보니 구조일지가 상세하게 작성이 안 됐을 수도 있다. 그 부분까지 확인해 유족의 궁금한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유가족과 정부 당국자의 대질을 진행했다. 이제껏 정부로부터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최선미씨의 증언에 따라 그는 이용철 실장에게 “정부가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용납되지도, 용서되지도 않는다”며 “장관께 얘기해 지금까지의 상황과 경과에 대해 유가족 모두에게 제대로 설명할 것을 요청하고 결과를 국회에 말씀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참사 당시엔 생존했다가 159번째 희생자가 된 고등학생이 참사 직후 부모의 동석 없이 경찰이 50분간 조사했다는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의 증언에 대해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확인해보겠다”고 답하자 “확인하겠다고만 하면 안된다.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오는 17일까지가 활동 기한인 국조특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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