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되려 커져"…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에 업계 '우려'

정다슬 2023. 1.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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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전에도 적용하던 규제 좀 더 명확화…유연하게 적용할 것"
업계·전문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규제 될라"
국내 플랫폼 규제 강화 속 글로벌 플랫폼 영향력 강화 가능성도
법 개정도 없이 지침 개정? 좀 더 공론화 필요한 이슈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너무 성급하게 가는 것 아니냐”

12일부터 시행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에 대해 IT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시장에서 구글·메타 같은 빅테크와 경쟁할만한 국내 플랫폼 기업을 찾기 어려운데, 섣부른 규제의 칼을 들이대다가 국내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획일적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유연하게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료 서비스도 ‘시장지배력’ 남용 감시 대상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1개 기업이 시장점유율 50% 이상, 3개 이하 기업이 시장점유율 75% 이상을 차지할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플랫폼 기업은 시장 진입 초기 무료화 정책을 택하거나 전략적 적자 정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심사지침에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시장점유율 이외에도 △교차 네트워크 효과(시장에 진입장벽이 존재하는지 여부) △문지기(게이트키퍼)로서 영향력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 △새로운 서비스 출현 가능성 등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료 서비스 등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산정이 적합하지 않으면 이용자 수나 이용 빈도 등을 점유율 산정의 대체 변수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공정위의 기준은 이전부터 적용됐다. 최근 2심 판결까지 나고 대법원 판결에 들어간 네이버 쇼핑의 검색 알고리즘 공정성 소송 역시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가 핵심 이슈였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자사 상품·서비스는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린 행위를 ‘자사우대’ 행위라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2019년) 기준 네이버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이므로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네이버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사지침 개정으로 앞으로는 무료서비스 역시 ‘시장지배력 남용’ 감시 대상임이 훨씬 명확하게 규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전부터 적용돼왔지만 지침 개정으로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업계 “불확실성 커져”

그러나, 심사지침을 받아든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이 지침만으로는 자사(自社)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매출액 기준으로 공정위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했는데, 이제는 매출액뿐만 아니라 가입자 수, 미래 시장 등도 다 본다고 하지 않나”라면서 “공정위는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을 유연하게 바라본다고 했는데 역설적인 것이 기업입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게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가 달라진다는 것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전체 택시 호출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이다. 그러나 개인택시 수가 법인택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현재 택시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 카카오T 중개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우티나 온다 등 다른 택시 호출 앱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때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해 남용 행위 여부를 판단할지 여부를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셈이다.

역외 사업자도 규제한다지만…‘역차별’ 우려

이 같은 규제가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적용되면서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아무래도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때는 국내 시장만을 들여다볼 텐데, 이 경우 글로벌 빅테크와 토종 플랫폼의 영향력이 왜곡되며 부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토종 플랫폼들이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나라인데, 국내 플랫폼들이 규제에 고통받는 틈을 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미국은 빅테크들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졌기 때문에 손을 대는 것이고, 유럽은 빅테크에 토종 플랫폼 시장이 완전히 쪼그라들었기 때문에 규제에 나서는 것”이라며 “아직 우리나라 시장은 토종 플랫폼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상황인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섣부르게 가르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 위축될라…법 개정 필요 목소리도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 방향이 국내 ICT 생태계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실패와 규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인터넷 시장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스타트업 역시 성장해야 하지 않나”며 “어느 정도 성장하면 멈추거나 사업을 쪼개거나 엑시트해야 한다면 누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의 성공적인 엑시트 방법 중 하나가 큰 회사에 인수·합병(M&A)을 하거나 투자를 받는 것인데, 이런 벤처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 없이 심사 지침을 개정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시장지배적 지위라는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인데 법도 개정 없이 지침으로 담는 것이 맞느냐”라면서 “플랫폼에 대한 폐해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논의도 숙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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