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당' 무료서비스도 독과점 감시…"플랫폼 생태계 위축"

김소현/선한결/고은이 2023. 1. 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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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
매출액 외 이용자 수와 빈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판단
e커머스, PB 우선 홍보 땐 제재
자사우대, 경쟁제한 행위 규정
업계 "새로운 기업 등장 막을 것"
< '네·카·당' : 네이버·카카오·당근마켓 >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때 매출 외에 이용자 수와 이용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대형 플랫폼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을 수 있고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경우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보기술(IT)업계는 적자기업과 영세기업도 대거 규제 대상에 올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매출 0원’ 사업자도 독과점 대상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해 1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기반한 독과점 심사기준이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집중으로 인한 ‘쏠림 효과’, 시장 혁신 등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심사지침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파악할 때 매출이 아니라 이용자 수, 이용 빈도 등을 대체 변수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판단할 때는 통상 매출을 사용하고, 이 경우 연간 매출이 40억원 미만이면 시장지배자로 보지 않는다. 공정위는 직접 매출이 존재하지 않는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예로 들어 특정 운영체제를 적용한 모바일 기기 수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 다른 집단 이용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연계 서비스로 상품을 공급해 개별 상품 제공 사업자와 비교해 경쟁 우위에 있는 ‘범위의 경제’ 등으로 인한 시장 진입장벽이 존재하는지도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판단에 활용할 계획이다. 플랫폼이 다수 이용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향후 새로운 서비스 출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도 시장지배력을 판단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주요 행위 유형으로는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끼워 팔기 △자사 우대 등을 제시했다. 멀티호밍 제한은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쇼핑·배달 플랫폼 등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 플랫폼 등 다른 유통 경로에서 적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최혜대우’를 요구하거나, 이용자가 플랫폼을 이용할 때 다른 유·무료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끼워팔기’를 해서도 안 된다. 플랫폼에서 자사와 거래하는 사업자의 상품을 그렇지 않은 사업자의 상품보다 우선으로 노출하는 등 우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초기 스타트업도 타격…산업 위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IT업계는 걱정 일색이다. 플랫폼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플랫폼산업 내 새로운 기업 활동과 투자 등이 일제히 위축될 수 있다”며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무료 서비스에 대해서조차도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찍힐’ 수 있어 기업과 투자자 모두 한동안 몸을 사리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발표를 앞두고 업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스타트업 대변 단체는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지배적 지위가 없으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 유관단체 관계자는 “초기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통상 매출이나 수익모델 없이 이용자를 모은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기업과 스타트업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심사 지침으로 인해 국내 기업 역차별이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침은 원칙상으로는 해외 기업도 적용받는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를 실행하긴 쉽지 않다. 플랫폼 서비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거나 한국 지사의 권한이 매우 적은 경우가 많아서다.

김소현/선한결/고은이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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