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국회발 개헌논의 성공하려면
1987년 제9차 개헌에서 36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개헌 시도들이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한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개헌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비록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분위기, 국민적 공감대는 뚜렷하지만, 개헌의 구체적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등이 많다는 점에서 쉽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의 내각제 개헌 논란은 접어 두더라도,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원포인트 개헌논의 이후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당시 임기 말 개헌의 부적절성이 문제되면서 차기 국회에서 개헌하기로 약속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를 철회했지만, 제18대 국회의 개헌논의는 국제금융위기 및 이명박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정치권의 의욕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7년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었을 당시일 것이다.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뜨거웠고, 정치권에서도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 그러나 2017년 5월의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대선 블랙홀이 개헌논의를 빨아들였으며, 개헌특위는 성과 없이 끝났다.
후보시절 국회 개헌특위에서 임기 중 개헌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대통령개헌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개헌안 내용에 문제가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야당과의 협상 여지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함으로써 결국 개헌안이 부결된 이후 남은 임기 동안 개헌에 대한 관심을 일체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2023년 국회발 개헌논의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2017년 국회 개헌특위 당시의 실패 원인이 정확하게 분석되고, 당시의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여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활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적지 않다.
둘째, 김진표 국회의장 개인의 주도로 개헌특위를 발족시킬 수는 있지만,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다수가 개헌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면,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들도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는 점, 그리고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이른바 당론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개헌에 대한 국회 내의 공감대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반대하는 개헌이 성공한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의 개헌 불발도 대부분 그 때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2017년 당시에 비해 국민들의 개헌에 관한 관심 내지 열기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개헌의 동력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문제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 이슈의 범람 속에서 개헌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2017년 개헌특위가 대선 블랙홀에 묻혀 버렸던 것처럼 2023년 개헌특위가 다른 정치 이슈들에 묻혀 버릴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 개헌특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이런 난관들을 극복해야만 국회발 개헌논의가 성공적인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기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모두가 더욱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개헌의 의미와 개헌 이후의 발전된 대한민국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며, 다른 정치적 이슈들보다 개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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