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질타 쏟아진 이태원 국조특위 청문회

12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여야 위원들이 진술인으로 출석한 유가족 및 생존자, 지역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유가족 8명과 생존자 2명, 지역 상인 1명 등 11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이 진술인으로 참석한 1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참사 당시 구조 당국의 초기 대응과 유가족 지원 등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미흡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도 울먹이며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유가족 자격으로 참석한 조경선 씨는 "오빠의 사고 소식을 듣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갔으나 경찰이 제지해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행적을 찾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선미씨는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등에 유족을 위해 여러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정부 기관도 유족에게 브리핑한 사실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초롱씨는 "올해도 이태원에 갈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원과 할로윈은 잘못이 없다"며 "누구에게는 일상이던 이태원 핼러윈이 왜 혐오의 대상으로 찍힌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3류는 지휘를 못 한 사람들이다. 참사의 원인은 유흥, 밤 문화, 외국 귀신 파티가 아니라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일부 참석자는 특위 활동 기간 여당 위원들의 진상규명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개별 의원의 이름을 부르며 항의했다. 딸을 잃은 최선미씨는 "조수진 위원에게 1차 청문회 때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 과정을 조사해달라고 했고, 신원 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아이들이 나체로 인계된 것을 알고 싶다고 했다"며 "무언가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느냐. 내 편 네 편 갈라치기 하더니 간절하게 질문한 것을 우롱하느냐"고 따졌다.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인 조미은씨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에게 죄가 있다면 당연히 물어야 하지만, (여당 위원) 5명이 돌아가면서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게 진실 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유족들의 분노가 쏟아지면서 원인 규명·재발방지책 수립과 관련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참사 당시 급박했던 상황에서 유가족 한 명 한명의 구급조치를 일일이 기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울먹이며 "이분들은 우리 아이가 어디서 발견됐고 어디로 이동했고 CPR은 받았는지 같은 부분들이 궁금하다고 호소하는데, 마지막 청문회이니만큼 마지막으로 속 시원하게 알려달라"고 했다. 이용철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실장은 "행정안전부에 지시해 소방청을 통해 자료를 작성하려고 하지만 현장에서 소방관 기억에 의존해 자료를 작성해야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완벽하지 못하지만 33명을 기록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