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사도 망나니 아닌데…왜 기상캐스터만 '더 글로리' 반박할까[SS연예프리즘]

심언경 2023. 1. 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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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박연진 캐릭터 스틸. 사진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모든 초등교사가 학폭(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복수를 위해 학생들 앞에 섰을 리 만무하다. 모든 의사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칼춤 추는 망나니를 자처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상캐스터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다. 전현직 기상캐스터 몇몇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안길호 연출) 속 기상캐스터 박연진(임지연 분)의 언행을 조목조목 반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박연진은 고등학교 시절 문동은(송혜교 분)을 지독히도 괴롭힌 학폭 가해자다. 이후 ‘적당히 안 짜치는 직업’으로 생각한 기상캐스터가 된 그는 자기 원고를 대신 써줄 작가를 고용하는가 하면, 나이에 밀려 새벽 시간대 뉴스에 배정받자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에게 광고를 부탁한다. 이후 자신을 비웃는 후배에게 “이 방송국은 나한테 달에 꼴랑 220(만원) 주지만 내 남편은 이 방송국에 2억 2천을 쓴단 소리야”라고 말한다.

이 작품을 본 MBC 기상캐스터 김가영은 지난 8일 “‘더 글로리’ 과몰입러로서 기상캐스터 팩트체크”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적당히 화려한 직업? 빡세게 노력하는 직업”이라고 정정하는가 하면, “원고를 대신 써준다? CG 의뢰부터 취재와 원고 작성까지 오롯이 캐스터의 몫. 때로는 제보 사진, 음악과 의상, 소품까지도”라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안혜경은 “인정”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후 ‘더 글로리’를 저격했다는 의혹을 받은 그는 “저격도 일침도 절대 아니다. 배우님의 연기와 작품을 재밌게 봤다는 말에 공감해 적은 글이었다. 보시는 분에 따라 오해하거나, 불편한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정말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 유튜브 ‘양태빈 탭튭’ 채널 영상화면 캡처

SBS 기상캐스터 양태빈도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더 글로리’ 리뷰 영상을 게재하며, 박연진 같은 기상캐스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원고 대필에 대해 “완전 말이 안 된다”며 “방송에 나오기는 하지만 똑같은 회사원이다. 다른 사람을 또 고용해서 쓴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박연진이 광고를 붙여 원하는 시간대 뉴스에 출연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양태빈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굳이 큰 돈을 들여서 시간대를 바꾼다? 이해가 안 된다. 새벽 시간대가 그렇게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아침 뉴스도 프라임 뉴스 중에 하나다. 시간대별로 밀리고 말고는 없다. 다 순환 근무고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연진의 월급 220만원도 언급했다. 양태빈은 “회사마다 뉴스마다 연차마다 사람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그래도 이것보단 더 많이 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금액은 제가 대학생 때 벌었던 정도의 금액이다. 저희 회사는 많이 주는 편”이라고 전했다.

사진 | 김가영

하지만 정작 박연진이 기상캐스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초등학교 교사인 문동은은 이사장을 겁박해 박연진의 딸 담임으로 부임하고, 화가인 이사라(김히어라 분)는 마약을 투약하며 그림을 그린다. 승무원인 최혜정(차주영 분)은 허영심을 채워줄 남자를 찾겠다는 명목으로 문란한 생활을 해왔다. 박연진 외에도 여러 직업군의 인물들이 각각 부정적으로 그려지지만, 시청자가 이를 해당 직업의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받아들이진 않는다.

유독 기상캐스터들이 작중 설정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인 만큼 사전에 오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면 되지 않냐”며 지나친 첨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지상파 보도국 관계자 A씨는 스포츠서울에 “드라마 내용 일부가 실제와 다르기도 하고, 그 부분에서 직업을 얕잡아 볼 여지가 있어서 정정하는 것 같다. 기상청에 가서 교육받는다거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는데 극 중 캐릭터처럼 보일까 봐 우려스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보도국 관계자 B씨는 “드라마다 보니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상캐스터는 프리랜서라서 이러한 이슈가 있으면 개인이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말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내 일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지 않겠나”라고 봤다.

notglasse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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