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강철, 사퇴의 변 “탈통신 KT, 외부인사로는 운영 힘들다”
“문재인 정부 때 외압 없이 1표차로 선출”
12일 ‘일신상의 사유’로 공식 사의 표명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려 나가는 것”
이강철 KT 사외이사가 12일 “지금 KT는 외부인사가 대표로 와서는 운영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여권이 불편한 시선을 보이자 사임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이 이사는 임기가 남았는데 중도 하차하는 데 대해 “나 때문에 자꾸 공격적인 보도가 나와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KT는 옛날 통신회사가 아니다.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라고 해서 통신 비중이 50%도 안된다”며 “옛날 같을 때는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와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와서는 회사를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에 의한 외부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에둘러 경계한 대목으로 보인다.
이 이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내부인사가 KT 대표를 한 점도 언급했다.
그는 “KT 역사를 보면 김대중 정부 때 민영화 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용경·남중수 사장 등 전부 내부인사가 대표를 했다”며 “외부인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 회장 두 분”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도 3년 전에 (대표를 뽑을 때) 전혀 개입이 없었다”며 “치열하게 붙어서 구 대표가 1표 차이로 됐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대표 임기가 3년”이라며 “외부에서 와서는 50개 자회사 내부를 파악하는 데만도 1년이 더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와서 보니 사실은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3년 동안 구 대표가 상당히 잘했다”며 “그 이외에는 평가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특히 KT 대표 선출 과정에 판단 기준은 오로지 ‘회사 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단지 우리 입장에서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실적을 얼마나 (올렸냐), 그것을 보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표 선임 절차에서 외압으로 느낄만한 부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외이사들 전부 같은 마음이다. (구 대표 연임에) 이론이나 반대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사외이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자꾸 나 때문에 언론에서도 공격적인 보도도 나오고 하니까 그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는 이날 오전 열린 KT 정기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 이사는 2018년 3월 KT 사외이사를 맡아 연임에 성공했다. 두 번째 임기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달 차기 대표로 구 대표를 단독 추천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그런데 지분율 9.99%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이를 두고 이 이사가 야권 출신인 점 때문에 여권에서 KT 이사회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이 이사는 사의를 표했다.
야권에서 정부의 민영화된 공기업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구 대표 연임을 두고 진보진영 안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시민사회에서는 참여연대가 지난 5일 민주노총·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KT새노조와 함께 논평을 내고 “(쪼개기 후원 등) 횡령·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구 대표의 연임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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