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번갈아 ‘마약 부검’ 입올려…이태원 부검권유 최소 1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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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을 권유한 경찰과 검찰이 최소 18건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가족에게는 경찰과 검찰 5∼6명이 함께 찾아와 "에스엔에스(SNS) 상에 마약 이야기가 떠돈다. 근거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며 부검을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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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언급하며 부검 권유한 건도 5건…“2차 가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을 권유한 경찰과 검찰이 최소 18건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경찰과 검찰은 “마약 관련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사가 명백한 상황에서 희생자의 ‘마약 복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검을 권한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겨레>가 확보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자체 조사 자료를 보면, 경찰 또는 검찰이 전화를 통해서나 병원·장례식장에 찾아와 유가족에게 희생자 주검에 대한 부검을 권유한 사례는 최소 18건이었다.
앞서 참사 이튿날 광주에 차려진 희생자 오지연씨의 장례식장에 검사와 경찰이 ‘마약 때문에 쓰러진 게 아니냐’며 부검 의사를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과 검찰은 “부검을 제안한 것은 마약과 관련이 없으며, 마약이 언급된 것은 경찰·검사의 개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추가로 경찰과 검찰이 부검을 제안하고 마약을 언급한 사례가 나온 것이다.
협의회 자료를 보면, 한 유가족에게 경찰과 검사가 찾아와 하루에 두 번씩이나 부검 권유를 한 사례도 있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오후 2시께 경찰 한 명이 희생자가 안치돼 있는 병원 안치소에 찾아와 유가족에게 부검 의향을 물은 뒤, 같은 날 저녁 7시30분께 또 검사가 찾아와 부검 의향을 물었다.
이미 검시와 유가족의 얼굴확인까지 마친 희생자에 대해 경찰과 검찰 6∼7명이 찾아와 부검 의사를 물은 경우도 있었으며, 소속이 다른 두 경찰이 따로 찾아와 의무인 것처럼 부검을 제안받은 유가족도 있었다. 이 유가족은 “(경찰이) 부검을 제안한 정도를 넘어서 부검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 또는 검찰이 구체적으로 ‘마약’을 언급하며 희생자의 마약 복용 가능성을 시사한 사례는 모두 5건이었다. 유가족은 검사가 병원에 찾아와 ‘마약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해야 한다’며 부검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데 왜 (부검이) 필요한가? 부검하는 것은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거부했다. 한 유가족에게는 경찰과 검찰 5∼6명이 함께 찾아와 “에스엔에스(SNS) 상에 마약 이야기가 떠돈다. 근거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며 부검을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 18명은 모두 부검에 동의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모두 ‘마약 부검’을 부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1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희생자에 대한 마약 부검에 대해 “부검을 실시한 이유도 사망 원인을 찾기 위한 것이지 의뢰 내용에 마약은 언급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당시 마약 관련 보도가 있었고, 검사가 부검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 보도를 설명한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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