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얼굴 맞댔지만 위기감 여전···화학업계 "불굴의 도전정신 발휘"
"업황이 대단히 어렵다.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으로 지켜보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모인 국내 화학업계 고위 경영진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석유화학협회는 지난 2020년까지 신년인사회를 개최해 오다 이후 코로나19(COVID-19)로 대면 행사를 중단, 3년 만에 이를 다시 열게 됐다.
3년 만에 열리는 화학업계 대규모 연례 행사인 만큼 이날 업계에서는 올 해부터 새로 협회장을 맡게 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업계 경영인 150여 명이 참석했다. 강길순 대한유화 대표, 김형국 GS칼텍스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남이현 한화솔루션 대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최금암 여천NCC 사장(이상 성명 가나다순) 등이 자리했다.
오랜 만에 열린 신년인사회이지만 이날 분위기는 마냥 가볍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올 한해 잇따라 경기 전망을 하향하고 있어서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전망치(6월 발표)인 3%보다 대폭 낮춘 1.7%로 내놨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고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앞서 이달 초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올 해 세계 경제 3분의 1은 경기 위축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지속되고 침체 우려가 커지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계도 투자를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게 된다. 석유화학업계로서는 치명타다. 이미 업계에서는 "평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나지 않는다면 다행"이란 흉흉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신 부회장은 신임 협회장을 맡은 소감에 대해 "업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잘 협력해서 발전토록 노력할 것"이라며 "빨리 반등하길 기대하며 민관 합심해 열심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도 "대단히 어렵고 기술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3년 전 신년인사회 당시도 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지났다. 당시 국제유가 상승, 중동 리스크의 고조 등으로 업계 영업이익(2019년 말)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던 때여서 업계 화두는 '위기 극복과 생존'이었다.
이날도 업계 인사들은 위기 속 기회를 찾자며 변화와 혁신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로 다짐했다. 새로 협회장을 맡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한 해는 초유의 고유가 현상을 지속, 공급과잉과 세계적 수요 둔화가 겹쳐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라며 "올해도 산업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우리 업계가 당면한 여러 난관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면 과제인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고 친환경 분야에서 내실을 착실히 다져나가자"며 "생산현장의 산업 안전에도 철저를 기해 소중한 우리 근로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명한 사람은 위기 속 기회를 찾지만 보통은 위기를 피하기 급급하다고 한다"며 "지난 50년간 우리 석유화학업계가 숱한 도전과 시련에도 불구 한 발 앞선 과감한 투자와 끈질긴 혁신을 통해 글로벌 석유화학 강국으로 성장한 만큼 올 한 해 우리 모두 불굴의 도전정신을 발휘해 업계 복원력을 하루 빨리 회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업계가 보릿고개를 잘 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준다는 방침이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참석해 올해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장 차관은 축사를 통해 어려운 세계 경제환경에서도 지난해 543억달러(67조6000억원) 수출 실적을 달성한 업계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3고 현상'(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으로 동북아 시장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우리 업계가 미국, 유럽으로의 적극적인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도 화학산업 포럼을 출범해 기술개발, 세제지원, 규제개선 방안 등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올해에도 화학산업 포럼을 상반기 출범해 화학산업의 수출과 투자확대를 지원하고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 지원 사례로는 기술 도입의 난이도가 높은 친환경 나프타 분해로에 대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핵심기술 개발 지원,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친환경 원료인 리뉴어블 나프타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지원 및 석유수입부과금 징수 대상에서 제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해중합 공정에 대해서는 화학산업으로 분류해 투자 가능 여건을 조성한 것 등을 들었다.
장 차관은 그러면서 "(S-OIL이 추진하는)샤힌 프로젝트, 열분해유와 같은 친환경-고부가 신소재 생산시설 등 화학업계 투자계획의 안정적 이행을 위해 규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 언제든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수출 시장에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토록 기술개발 지원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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