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노조 줄소송 불보듯…기업 '초비상'

최예빈 기자(yb12@mk.co.kr), 문광민 기자(door@mk.co.kr),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3. 1. 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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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CJ대한통운, 택배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산업계 노조리스크 커져
"강성 노조에 업무마비" 우려
CJ대한통운대리점 연합
"택배기사와 계약 무력화"
'파업조장법' 입법도 촉각

법원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산업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판결은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해 기존 법리와 다르게 해석한 만큼 하도급업체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원청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1심의 판단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정용석)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 고용 관계에 있는 원사업주인 집배점에 비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의 다른 사업주인 택배사가 노동자를 지배 아래 두는 다면적 노무제공 관계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원래 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면 하도급 근로자들이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3권이 온전이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CJ대한통운 측은 대법원이 1995년 판결에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판단한 '남해화학 사건' 판례를 들어 반박했다.

앞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택배노조가 제기한 구제 신청 초심에서 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판단을 뒤집고 택배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 박재우 율촌 변호사는 "상급심 판단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택배회사뿐만 아니라 사내 하도급 관련 문제에서 중노위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넓게 보고 있는데, 법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입장에서 판결을 내린 것이라면 유사한 소송이 많이 제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로 택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택배업체들 역시 현재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방은 본사의 하도급인 대리점이었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택배 집배송 위·수탁 계약을 맺고,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이날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체결한 표준계약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대리점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판결"이라며 "택배산업의 현실과 생태 구조가 판결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노조 리스크'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이로 인해 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가 어느 때보다 아쉬운 마당에 강성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내세울 경우 업무가 마비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번 판결의 여파로 산업 현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하도급 노조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은 아무런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데도 원·하청 간 단체교섭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기존 판례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파업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 입법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업조장법에는 하도급 근로자의 원도급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예빈 기자 / 문광민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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