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 회계공시 의무 공공기관부터 적용
연봉 직결…노조 부담 커질듯
노조 회계공시, 민노총 산하 코레일 참여가 분수령
공공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이 공공기관부터 먼저 도입된다. 1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노조의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 여부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노조에 적용하기 위해 '다트(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와 같은 회계 공시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 시스템을 만들어 놓더라도 법적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에 민간 기업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먼저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요소로 삼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과 해당 기업 노조의 관계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시기상조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가 관여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시시스템은 오는 7~8월께 만들어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트'를 거론하며 기업들이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듯 노조도 회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오는 3분기까지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통해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평가항목에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 여부를 포함한다면 공공기관 노조에는 상당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성과급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 기관 평가 점수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합원에게는 임금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특히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해당 시스템을 도입할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는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와 철도고객센터 지부가 있고, 이에 따라 민주노총에 소속된 다른 산별노조와 지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강조하는 '노조 회계 투명성'이라는 개념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 노조 회계라기보다는 최소한 회비를 내는 조합원에게 회계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서 조합원들, 그중에서도 소위 MZ세대 사이에선 큰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을 공공기관부터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업계에 큰 충격 없이 자연스럽게 적용될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지원자의 이름, 학력, 경력 등 스펙으로 일컬어지는 요소를 보지 않고 합격자를 뽑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의 선례를 참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제안했고, 이후 민간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일부 도입하는 것으로 확산됐다. 여전히 이 제도는 민간에는 의무화돼 있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민간으로 확대돼 현재 많은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를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노동 분야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견지하고 있는 기조 자체가 상이하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등 정부 측과 민주당 측이 지난해 예산안 국면 등에서 평행선을 달려왔기에 더욱더 관련 입법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진보 진영과 노동계에서 국제노동기구(ILO) 등에 노동권 침해로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기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표 노동개혁은 그동안의 정부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면서 "노동개혁의 결과만큼 그 과정을 어떻게 해나가는지도 중요하다. 노조와도, 사측과도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않고도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부분부터 노동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감사인 지정 요건을 강화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에는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노조 집행부에서 감사인을 임명하는 등 '셀프 감사' 또는 '지인 감사'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 부분부터 시행령을 통해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박윤균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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