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는 정부"…이태원 유가족·생존자 '울분'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12일 국회에서 공청회 형식으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는 참사 유가족·생존자들이 진술인으로 참석해 당국의 미흡한 조처, 일부 정부여당 인사의 문제성 발언 등을 질책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강력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로 생명을 잃은 고(故) 조경철씨 동생 경선씨는 "저에게 가장 큰 2차 가해는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정부와 공무원, 몇몇 비윤리적인 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국가가 투명하고 성숙하게 대처했다면 오빠가 어떤 사고를 당했고, 어떤 응급조치를 받았는지,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려줬다면 저는 여기 있을 일도,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에 대해서는 "(오빠의) 행적을 쫓던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행정 처리, 부실 수사, 수사 방치에 진절머리가 나게 치가 떨렸다"며 "저는 지금도 오빠의 행적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우리 오빠에 대해 수사해주는 이가 지금 현재까지도 없다"고 울먹였다.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는 "악성 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진 않았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며 "참사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 장관의) 말을 저는 '놀러갔다 죽은 사람들'로 받아들였다"며 "고등학생 생존자가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을 뻔 했다. 그때 (한덕수) 국무총리가 했던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발언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 상담을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며 "바뀌지 않는 사회와 쏟아지는 망언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했다.
유가족 서이현씨는 "(참사 당시)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신고를 하고 기다리다 공무원한테 진행 상황을 물어봤는데 개별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하지만 뉴스에는 같은 내용만 나오고 주민센터에서도 가족들에게 전혀 설명이 없었다"며 "신원 확인, 이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유가족에게 브리핑이라도 해줬다면 동생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그렇게 막막하고 피마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물어보고 찾기 전에 안내하고 챙겨주면 안 되나"라며 "나라와 싸우고 싶지 않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 처벌이고,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가족·생존자 대부분은 감정에 북받친 듯 발언 도중 눈물을 훔치거나 오열했다. 이에 우상호 특위 위원장은 "진술인 중 힘들거나 자리에 계속 있기 불편한 분들은 이석해도 좋다.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격분한 일부 유가족은 참사 관련 주요 책임자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52분간 정부 부재로 살릴 수 있던 생명을 잃게 한 무책임한 행위에 분함을 감출 수 없다"며 "용산서 상황실장 송병주는 인파를 도로로 밀어올리라고 지시한 살인자다. 인파를 도로로 분산시켰다면 몇 명이라도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실에 있었던 류미진, 정대경과 이임재(전 용산서장) 등은 살인자"라며 "예측, 대비, 대응, 수습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어 애들이 1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죽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른바 '닥터카 논란'을 빚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질의에 주력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조미은씨는 "죄가 있다면 당연히 물어야 하지만, (여당 의원) 5명이 돌아가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나"라며 "우리에게 소중한 시간인데 1명이 그 말을 했으면 나머지 다른 4명은 다른 질문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자는 유가족 간 슬픔을 공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이번 참사로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를 잃었다.
그는 "159번째 희생자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저는 지금도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 덕분이다. 이러한 공감이 없었다면 저 역시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했지만 정부는 만들어주지 않았다.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에 응답해달라"고 촉구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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