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2차전지처럼 … 과감한 稅혜택으로 OLED 초격차 시동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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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기술에 OLED 등 추가 지정

◆ K디스플레이 지원 ◆

정부가 첨단 디스플레이 업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켜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참관객이 삼성디스플레이의 QD(퀀텀닷) OLED 패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매경DB】

정부가 첨단 디스플레이 업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막대한 보조금에 의지하는 중국 기업들 공세에 밀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위상이 위태로워지자 올해 대기업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최대 25%까지 늘려 다시 '초(超)격차'를 확보하도록 지원하려는 전략이다.

12일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가전략기술에 종전의 반도체·2차전지·백신에 더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16일 올해 세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재생 에너지나 저탄소 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는 그린·블루수소도 국가전략기술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가전략기술 범위 조정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직권으로 즉각 추진할 수 있다.

현행 법령상 디스플레이와 수소산업은 국가전략기술보다 정부 지원 수준이 한 단계 아래인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있다. 신성장·원천기술 업종은 현재 대기업 3%, 중견기업 6%, 중소기업 12% 등 비율로 시설 투자에 대한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반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이 8%, 중소기업이 16%로 이보다 훨씬 높다. 디스플레이와 수소산업이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하면 2~5%포인트만큼 세제 혜택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에 그치지 않고 상위 법인 조특법을 고쳐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대기업·중견기업은 세액 공제율을 각각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을 17일 국무회의를 거쳐 발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별개로 올해에 한해 투자를 늘린 몫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4%에서 10%로 올리는 조특법 개정도 추진된다. 이 같은 한시 지원까지 더하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대기업은 최대 25%까지 시설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전략기술 지정과 달리 세액 공제율 인상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향후 민주당이 공제율 인상을 온전히 받아들일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국가전략기술 세액 공제율을 20%로 올리자는 국민의힘 개정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 반대'를 내세워 여당 측이 제시한 안에서 10%포인트 삭감한 10% 선으로 공제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집중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중국에 세계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 세계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둔화됐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디스플레이 수출은 197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이 7.8% 늘어난 것에 비하면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2021년 디스플레이 수출 증가율이 18.9%였던 것에 비하면 수출이 꺾이는 속도가 가팔라졌다. 산업 위상이 추락하면서 2012년 한때 전체 국내 수출에서 6.7%를 주도했던 디스플레이 비중은 지난해 3.1%로 반 토막 났다.

문제는 수출이 추락하는 가운데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범용 제품에서 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대대적으로 수출 전선을 넓히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17년 44.4%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33.2%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21.0%에서 41.5%로 급격히 몸집을 키우며 한국을 따라잡았다.

특히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추격이 매섭다. 한국은 2017년만 해도 OLED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 97.9%를 독식하며 '철옹성'을 쌓았지만 2021년에는 82.8%까지 낮아지며 압도적인 지위가 무너지고 있다. 반면 2017년 OLED 점유율이 1.4%에 불과했던 중국은 2021년 16.6%까지 높이며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최대 시장인 미국이 디스플레이 자체 생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애플은 자체 생산한 디스플레이를 자사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말에 출시되는 최고 사양의 '애플워치 울트라'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아이폰 등 다른 기기까지 자체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해 왔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시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회복과 반등이 나타나곤 했던 과거 상황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국가전략기술 포함이 최종 확정되면 대규모 투자 '마중물'을 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생산업체 관계자는 "세액 공제 조치가 확대되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산업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될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투자 지원 확대 정책이 확정되면 신규 설비 투자 결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 "투자 규모도 당초 계획에 비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환 기자 / 이종혁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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