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핵무장 발언 속내는 … 美 핵잠·핵폭격기 한국 상시배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실제 핵 보유를 추진하겠다기보다 국제사회에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더 큰 목표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외교전문가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핵 보유 가능성 언급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핵전력을 활용한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일본의 방위력 증강, 중국의 압박 등 외부 상황을 협상의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보유한 우수한 핵 관련 기술력과 방위력을 감안한다면 자체 핵 보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협상력이 있다는 뜻이지, 실제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전직 외교장관은 "독자 핵무장이나 핵 공유에 대해 언급하면서 협상력을 높여가는 것은 좋지만 자칫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정부 간 상호신뢰가 깨지는 선은 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워싱턴에서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까지 밀어붙일 경우 자칫 동맹을 의심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독자 핵무장·핵 공유 가능성을 언급하자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국무부가 일제히 나서 "가능성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자체 핵 개발은 국제 안보질서의 근간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파기를 의미한다. 한국의 NPT 탈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북한 비핵화를 위해 NPT 체제를 적극 활용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8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NPT평가회의에 참여해 미국 등 우방국들과 함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CVID)'라는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또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조속한 NPT 복귀를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서 NPT를 탈퇴하며 핵을 고집한 나라는 사실상 북한이 유일하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은 처음부터 NPT의 울타리 밖에서 핵무기를 만들었다.
핵무기를 가지려면 국제수출통제체제인 핵공급그룹(NSG)도 박차고 나와야 한다. NSG는 미국과 캐나다 주도로 원자력 관련 물품과 기술 수출을 통제해 핵무기 확산을 막고자 1978년 설립됐다. 한국은 1995년에 NSG에 가입했다. NSG를 탈퇴하면 원자력발전소용 연료 확보에 큰 문제가 생긴다.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핵 개발이 한국군의 전략·전술 운용과 국방예산 구조 자체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군 소식통은 "핵 개발에 막대한 국방 재정을 투입한다면 다른 전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이유로 12일 대통령실과 정부는 자칫 '핵무장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전날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발언 수습에 나섰다. 향후 한반도 정세와 한미관계 등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북핵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윤 대통령이) 말한 것이며 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북한의 핵 위협 심화 등을 가정한 발언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 수단으로써 한미 간 안보동맹 속에서 확장억제를 실효적으로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국 핵자산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 실행하는 실질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 한예경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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