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시즌 이제 시작인데 … 커지는 '어닝쇼크' 경고음
영업이익 기존 전망치보다
10%이상 낮춘 보고서 속출
영업이익 7780억 vs 974억
포스코홀딩스 전망치 극과극
국내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이익 예상치가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기존 예측보다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어닝 쇼크'가 예상되는 기업도 여럿이다.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증권사별로 이익 전망이 엇갈리면서 정확한 실적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상장사 258곳에 대한 영업이익 예상치는 27조82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발표되는 실적은 전망치 대비 크게 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적으로 이들 기업에 대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영업이익 예상치 최젓값은 12조22억원에 그쳤다. 평균치와 최저치 간 차이가 15조원이 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발간된 보고서일수록 기업 이익을 컨센서스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었다. 영업이익 전망치 최젓값이 평균치를 10% 넘게 밑도는 '어닝 쇼크' 위험 기업이 전체의 76.7%(198개사)에 달했다. 다만 주가는 실적 전망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바닥을 확인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가 늘어날 공산이 높아서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영업적자 예상치 평균이 9519억원이지만 가장 비관적인 전망은 적자폭이 1조9650억원(키움증권)에 이르렀다. 삼성증권(영업적자 6260억원) 신한투자증권(영업적자 6140억원) 등 지난달 발간된 보고서와 비교해서도 이익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은 이후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도 추가적인 조정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각각 7%, 2% 감소해 '전 분기 수준 유지'로 제시된 회사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강도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욱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 주가는 올 들어 15.7%가량 상승했다. 적자폭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에 먼저 주가가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사들도 최근 이익 예상치가 컨센서스와 크게 벌어졌다.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작년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다. 작년 10월 90달러를 웃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이달 77달러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예상 중 가장 부정적인 것은 영업적자 4132억원(하나증권)이다. 컨센서스는 6195억원 영업흑자였지만 하나증권은 적자 전환을 예측한 셈이다. 에쓰오일과 관련해서도 컨센서스인 2321억원 흑자와 달리 1778억원 규모 영업적자 전망 보고서가 나왔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환율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 재고 관련 손실로 컨센서스가 대폭 내려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주가는 작년 11월 대비 각각 17%, 14%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마다 이익에 대한 관측 차이가 두드러진 업종도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불확실성이 큰 철강업종이 대표적이다.
지난 9일 유진투자증권은 포스코홀딩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7780억원으로 예상한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다음날인 10일 그보다 한참 모자란 974억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에 대한 의견도 각각 44만원과 38만원으로 엇갈렸다.
철강재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이 같은 격차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재 스프레드(제품 판가에서 원가를 뺀 값) 1만원당 영업이익이 800억원씩 움직인다"고 짚었다. 지난해 주된 시장인 중국에서 제조업이 부진을 보이며 수요가 위축되자 철강제품 가격이 낙폭을 키운 탓이다.
다만 올 들어 철강 업황이 반등한다는 전망이 나오자 포스코홀딩스는 연초 대비 5% 넘게 올랐다. 한국전력도 컨센서스(9조348억원 적자) 대비 최근 제시된 영업이익 예상치가 부정적이었다. 이날 한국전력의 작년 4분기 영업적자 예상치를 11조5261억원으로 분석한 하나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전기요금 정상화가 관건이란 설명이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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