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자발적거래 … 7년후 30배로 성장"
싱가포르에 거래플랫폼 개설
"세계는 지금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에서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30여 년 동안 전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자산운용 전문가로 활동한 진재욱 인터오페라 부회장 겸 공동창업자(사진)가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뜨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오페라는 자본시장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싱가포르 회사다. 블록체인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을 통해 초기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곧 싱가포르에서 상용화할 예정이다.
12일 매일경제가 서울을 방문 중인 진재욱 부회장을 만나 최근 기업의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수요에 따라 주목받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규제적 시장과 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규제적 시장은 정부가 기업에 감축 의무를 부여하며 감축 의무 기업 간 배출권을 거래하는 곳이다. 국내에는 2015년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가 대표적이다.
반면 자발적 시장에서는 감축 의무가 없는 다양한 주체(기업·기관·비정부기구·개인 등)가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추진하고 그 실적을 인정받아 배출권 거래에 참여한다. 예를 들면 나무를 심어 신규 배출권을 창출해 파는 것이다.
진 부회장은 크레디트스위스·슈로더 등을 거쳐 UBS그룹에서 22년간 근무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하나UBS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UBS자산운용 싱가포르 대표이사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대표를 지냈다.
시장 규모는 규제적 시장이 훨씬 크지만 발전 가능성은 자발적 시장도 못지않다.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규제적 시장은 8500억달러(약 1058조원)에 달하지만 자발적 시장은 20억달러(약 2조4900억원)에 불과하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전 세계 자발적 시장의 가치가 2030년 최대 500억달러(약 6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발적 시장 확대를 위해 유엔 주도로 만든 태스크포스(TSVCM)가 2030년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의 자발적 감축 목표량 5억t에 배출권 가격인 t당 100달러를 가정해 추정한 수치다.
자발적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국내 증권사들도 이에 뛰어들고 있다. 신규 배출권 창출이 중요한 자발적 시장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중개·파생상품 중심에서 '프로젝트 기반 배출권 창출' 업무로 재편되고 있다. 인터오페라는 국제결제은행, 홍콩중앙은행,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진행하는 다수의 증권형 탄소배출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진 부회장은 "우리가 증권형 탄소배출권과 그린본드에 대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오페라는 블록체인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능 검증(PoC)에 착수했다. 진 부회장은 탄소배출권과 블록체인 간 '궁합'이 좋다고 했다. 기존 탄소배출권 시장은 불투명하고 거래 접근성이 낮아서 중복 매매 등 사기가 속출했다. 그는 "탄소배출권을 증권화하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며 "블록체인을 통해 탄소배출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거래가 투명해진다"고 설명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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