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주공·월계시영' 재건축 포문 열까… 안전진단 규제완화에 들썩
노원구는 상계동과 하계동을 중심으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동네다. 현재 45개 단지, 6만7000여가구가 재건축 시기에 다다랐다.
12일 노원구청 등에 따르면 상계주공1·2·6단지는 안전진단 E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3개 단지 모두 1980년대 후반 준공돼 2000가구 이상이 살고 있다.
상계주공 1·6단지는 2021년, 2단지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 당시 각각 47.5점, 54.13점, 52.58점을 받아 D등급에 머무르며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안전진단 기준이 소급 적용되면서 별도의 적정성 검토 없이 사업을 확정했다.
이로써 상계주공아파트 전체 16단지 중 재건축을 추진하는 13개 단지의 과반수 이상이 안전진단을 통과한 셈이 됐다. 8단지는 2016년 한화 건설부문으로 시공사를 결정했다. 5단지는 오는 14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지난해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3단지는 지난달 26일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나머지 단지는 안전진단 현지 조사를 마친 뒤 1차 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월계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월계시영아파트는 지난 8일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른바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아파트)이라는 별명이 붙은 월계시영은 3930가구의 대단지다.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월계시영 옆 삼호4차아파트는 12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용역 비용 예치금 1억5752만원을 노원구청에 납부했다. 삼호4차는 910가구로 이뤄져 단지가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인근 광운대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가 지나갈 예정이다. 왕십리에서 상계동을 잇는 동북선 월계역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 또한 노원 택지 개발 시동을 걸었다. 시는 2023년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사업 예산으로 13억원을 편성했다. 시는 올해 노원구 상계6~10동, 중계2·3동, 하계1·2동, 중계본1~4동, 하계1동 내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시작한다.
3월 해당 지역들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총괄할 마스터플래너(MP)를 선정해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교통개선대책,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 밀도계획, 기반시설계획 등을 면밀히 살펴본 뒤 내년 말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를 내리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상계동 재건축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와 사업성 검토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상계동 일대 다수 아파트가 용적률이 높은 편이다. 이는 일반분양분이 적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통상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180% 이상이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일반분양 가구 수가 늘어난다. 분양대금은 곧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 제반 비용으로 쓰이므로 분양대금이 증가하는 만큼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줄어든다. 즉 용적률이 높으면 조합원 수익성은 상승하는 관계에 있다.
송 대표는 이어 "지금처럼 금리가 높아 부동산이 침체됐을 때는 분양시장 수요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예컨대 재건축을 완료한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인데 비슷한 조건의 인근 아파트 매매가는 5억~6억원선에 형성돼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계동 교통 관련 호재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이점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금리가 내리면 상황은 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금리 인상이 예고된 올해 상반기 이후 금융시장에 안정이 찾아오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노원구 재건축 시장에도 상승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도심 내 양질의 주택공급을 위해 개정된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했다. 안전진단 통과율에 큰 영향을 미쳤던 구조안전성 비중은 50%에서 30%로 내렸고, '조건부 재건축' 점수 범위를 수정했다.
그동안 평가점수가 30~55점 이하이면 조건부재건축 판정을 받았으나, 이 범위를 45~55점 이하로 조정해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이 가능토록 했다. 조건부 재건축의 경우 종전에는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진행한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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