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000억원' 현대重 통상임금 소송 종료, 긴장 고조되는 재계
소송 금액만 6300억원대, 이자비용까지 최대 7000억원 규모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이 11년만에 최종 종료됐다. 여전히 조선업황이 정상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자금부담을 지게 된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유사 소송이 산적한 산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민사1부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등을 청구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28일 노측의 손을 들어준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노측이 11일 이의신청을 포기한데 이어 사측도 12일 역시 이의신청을 포기하면서 조정명령이 최종 확정됐다. 11년간 이어진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의 종결이다.
법원은 상여금(800%) 전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산정해 지급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6295억원의 수당을 3만5000명에 이르는 전현직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지연이자 등을 합하면 지급액은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과정에서 이뤄진 판결은 양측을 말 그대로 오락가락 했다. 법원은 2015년 1심에선 노측의 손을 들어줘 명절상여금 100%를 포함한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니 2016년 2심에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 상 어려움을 이유로 통상임금 인상분을 소급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2021년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다시 노측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었다. 대법원은 당시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실질임금 인상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말 부산고법이 강제조정 명령을 내리면서 소송은 그 시점에 노측의 승리로 사실상 종결됐다. 사측이 이의신청을 결정했다면 다시 지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었지만 법원의 최종 판결이 사실상 노측으로 기운 가운데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신청 최종 시한인 17일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조기 결정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장기간 이어진 통상임금 소송을 조속히 매듭짓고 발전적,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100년 기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대법 파기환송 직후인 지난 2021년 4분기, 대규모 적자를 안으면서도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올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거라고 설명했다. 실적에 숫자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부담은 부담이다. 수주는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 미래선박 등에 기술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추가적 인건비 부담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M&A(인수합병) 전선에도 영향이 있다.
통상임금 소송이 연이어지는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도 크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는 다소 내용이 다르지만 역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진행된 소송에서 사측이 이긴 상황이지만 업계 큰형 격인 현대중공업 소송 결과에 따라 새 주인 찾기가 마무리된 후 다른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높아진다. 앞서 기아와 금호타이어가 잇따라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한 가운데 사업장 규모나 소송액수 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가장 컸던 현대중공업마저 패했다. 당장 법원이 1,2심을 모두 노측의 손을 들어주고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현대제철의 표정이 어둡다.
최근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 소송에 직면한 르노코리아도 이번 판결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노조 측이 누락된 3년치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도 통상임금 소송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직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을 재산정하자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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