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 리스크에 묻혀 공허해진 이재명의 신년기자회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은 공당 대표의 기자회견 같지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는 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결백을 주장하는 자리로 전락했다. 공당 대표라면 신년을 맞아 국가를 이끌 정책과 비전을 밝히는 게 주가 돼야 하는데, 이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말살로 연결 짓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정부는 권력기관을 동원한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면서 "야당 말살 책동을 중단하라"고 했다. 자신이 관련된 대장동 개발 사업과 성남FC 후원금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불법 의혹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게 법치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인데 그걸 말라고 하니 황당하다. 공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검찰 수사를 막는 방탄용으로 활용한 건 전례가 없다. 그는 10일 검찰에 출석할 때도 의원 40여 명을 대동했다. 사실상 의원을 방탄용으로 쓴 것이다. 민주정치의 핵심인 당과 의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이 대표가 조금이라도 나라를 위한다면 당을 방탄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는 게 최선이다. 당장 그게 어렵다면 검찰 수사는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국회 본회의마저 방탄에 활용할 생각인 듯싶다.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대응을 묻자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수용하겠지만, 지금은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의원 신분인 이 대표를 회기 중에 구속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으니 민주당이 반대하면 구속은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 이익을 위해 국회를 이용하는 짓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안을 3월까지 내놓겠다고 했으나 검찰 수사에 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책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헌 같은 중대사조차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데 활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스스로 '사법 리스크'의 블랙홀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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