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아저씨 스포츠’가 아니랍니다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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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피비에이(PBA)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당구가 생활 스포츠로의 잠재력을 만개하고 있다.
피비에이에서는 당구 중계의 도달률이 프로야구 다음으로 높다고 밝히고 있다.
프로 선수인 이우경은 "당구가 남성 스포츠라는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여성들이 당구장에 가면 당당하게 공을 쳐야 한다. 못 친다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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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프로당구 피비에이(PBA)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당구가 생활 스포츠로의 잠재력을 만개하고 있다.
먼저 당구의 이미지가 친근하게 바뀌었다. 선수들의 복장이 산뜻해졌고, 개인 경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단체전 양식을 도입하는 등 기발한 발상으로 팬층을 넓힌 것이 도움이 됐다. 피비에이에서는 당구 중계의 도달률이 프로야구 다음으로 높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만난 중년의 팬은 “아내와 함께 당구 교습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비용 대비 몸과 두뇌 사용 효과가 뛰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성 팬, 선수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김영진 피비에이 사무총장은 "여자 프로 지망생들이 많이 증가했다. 4년 전 70여명의 자원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두배가 넘는 150여명의 선수가 엘피비에이(LPBA)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신규 대회부터는 상금을 증액하고 프로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와 여성 팬들이 당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여성전용 클럽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단체인 대한당구연맹이 지난해 처음 실시한 유청소년 대상 아이(I)리그 사업에 참여한 어머니들의 반응도 뜨겁다.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자식들 사진만 찍어주던 어머님들께 따로 미니 강습교실을 만들어 가르쳤다.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서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대한당구연맹은 연맹이 주최하는 각종 동호인 대회에서 여성부 경쟁을 따로 둬, 여성 선수의 발굴을 꾀하고 있다.
당구장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금연지역이어서 흡연실 분리는 따로 돼 있고, 제공하는 음료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 팬들을 유인하기 위해 포켓볼 당구대를 둔 곳도 있다.
은퇴한 차유람 선수가 운영하는 인천 송도의 루틴플레이스는 산뜻하게 내부 공간을 장식하고, 대형 스크린 리플레이를 설치해 여성 팬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루틴플레이스 관계자는 “여성이나 어린이, 가족을 위한 분위기 좋은 실내 체육시설이 당구장”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당구장의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해 갈 길은 멀다. 우리 사회에서는 당구장이 여전히 중년 남성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짙다. 자연스럽게 여성이나 어린아이들이 출입하기를 꺼린다. 여성이 당구를 치고 있는 모습에 남성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예민한 문제이다. 프로 선수인 이우경은 “당구가 남성 스포츠라는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여성들이 당구장에 가면 당당하게 공을 쳐야 한다. 못 친다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당구가 올 시즌 팀 리그에서 여자복식을 도입했고, 여성들이 활약이 전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변방에 있던 여성의 역할을 주류 무대로 끌어냈다’며 의미를 평가하기도 했다.
피비에이나 대한당구연맹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래서라도, 여성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당구 문화 만들기는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미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에서도 여성팬 확대를 위한 전략은 우선순위에 있다. 여성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당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스포츠권의 확대이기도 하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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