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오피스 배당만 2천억…목표 초과 달성"
대체투자서 기대 이상 성과
강남역 오피스 조기 매각해
年15% 수익률 기록하기도
올해 투자환경 악화 불가피
우량채권·대출자산 늘려 대응
중장기적 관점서 기회 찾아야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지난해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부인 경기 판교와 서울 강남 오피스 투자 회수 등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카카오 신사옥이 입주한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 자산가치 상승분에 대한 특별배당으로 2000억원을 받은 데 이어 오피스 시장 역대 최고 평단가를 경신한 서울 강남역 에이플러스에셋타워 조기 매각으로 연환산 내부수익률(IRR) 15%대의 수익도 기록했다. 여기에 글로벌 상장 리츠를 지난해 상반기 고점 부근에서 과감히 매각해 800억원 가까운 매각 차익(누적 수익률 50%)을 올렸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대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회수로 2021년과 지난해에 걸쳐 원금 대비 2.5배에 달하는 약 1000억원의 수익도 거뒀다.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허장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사업이사·60·사진)는 1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아직 지난해 실적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잠정 수치상으로는 당초 세웠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에도 주식, 채권 등 시가평가자산 비중이 낮고, 대체투자 보유자산의 건전성이 높아 선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허 이사는 "올해도 전 세계적인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투자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우량 채권과 대출자산을 확대하는 적기로 삼아 대응해 나가겠다"며 "위기 국면을 중장기적 수익 잠재력 확충의 기회로 보고, 저평가된 대체투자와 상장 주식에서도 기회를 포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공제회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고강도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허 이사는 "시중금리 급등으로 금융기관 간 금리 구조가 변하며 공제회들의 회비수지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졌다"면서 "약정한 대체투자 인출 규모와 시기의 불확실성,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헤지 비용 부담까지 가중돼 하반기 적정 유동성 관리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행정공제회가 지난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주식자산과 대체투자에서 이익을 조기 실현한 판단 덕분이다. 허 이사는 "주식 비중을 작년 상반기 중 절반 가까이 과감히 축소해 이익을 조기 실현하고 해외 주식을 전액 '환오픈(환헤지 없이 환율 변동성에 자산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 주효했다"며 "대체투자에서도 국내외 부동산·사모주식(PE) 프로젝트 펀드의 조기 자산 매각, 회수 시기 블라인드 펀드 배당수익, 대규모 투자 중이었던 글로벌 상장 리츠의 상반기 적기 매각 등으로 2021년 수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는 올해 시장의 조기 회복을 섣부르게 예단하기보다는 좀 더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이후 인플레이션, 고금리, 긴축에 따른 자산 가격 조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조정 기간이 1년 정도로 너무 짧다"며 "신용 문제, 구조조정 같은 체감적 고통은 시작도 안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가계대출(1850조원), 자영업대출(1000조원)의 고금리 비용 부담이 올해부터 본격 반영되고 미분양 수준과 부동산 가격의 향방에 달린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는 자금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행정공제회는 금리 인상에 따른 회원급여율(조달금리) 급등으로 운용상 부담이 늘어나 올해 최소 5% 이상 수익률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 이사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이자·배당지급 자산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면서도 "우량 자산의 조기 매각을 통한 수익 확보 전략을 고려하고, 위기 시에 활용되는 기회 투자를 적절히 활용해 수익률을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고금리기는 우량 채권과 대출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적기"라며 "대체투자의 경우 자산 가격 급변동에 따른 저평가자산 투자와 같은 기회를 잘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공제회는 올 한 해 국내외에 투자한 부동산 등 실물자산 회수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해외 부동산의 경우 유럽·일본 물류 펀드를 비롯해 개방형 펀드 중 최근 상승폭이 컸던 자산을 중심으로 환매를 추진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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